매니저 편_아.가.소(아름다운가게를 소개합니다)

여러분에게 아름다운가게는 어떤 모습인가요?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하는 재사용 나눔 가게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끄는 사회혁신리더의 성장을 지원하는 곳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곳
공정무역, 공익상품 등의 판로를 지원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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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찾아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아름다운가게의 속 얘기를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아름다운가게 여수여서점 16주년 ⓒ아름다운가게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아름다운가게 여수여서점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김효정입니다. 2020년 6월에 입사했으니 아직 근로계약서에 잉크도 안 말랐겠네요.(웃음) 저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는데요.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데는 전공의 영향보다도 휴학을 하고 수어 통역, 보육원 봉사 등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던 시간들이 주요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대외활동도 해보고 공공기관에서 직장 생활도 잠깐 했었는데 계속해서 ‘가슴이 뜨거운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아름다운가게에 입사해 아직 서투른 게 많지만 지역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까지 뜨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매니저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아름다운가게의 심장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매장을 잘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매장에서 얻어지는 수익금 없이는 가게의 나눔사업이나 친환경 사업도 불가능하거든요. 저는 특히 여수 지역에서 아름다운가게가 잘 뿌리내리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지역 내 개인과 기업, 기관 등과 결합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들을 위해 매장 내/외부적으로 소소한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이 밖에도 매장 모금, 기증객 응대, 활동천사 관리, 나눔/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매니저가 하는 일이 굉장히 방대하죠?


Q. 매니저님의 하루 업무 일상을 공유해 주세요!

매니저의 하루는 매장 오픈/마감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매장 오픈 시간이 10시 30분이기 때문에 출근해서 활동천사님(자원봉사자)들이 오시기 전까지 30분 정도는 텅 빈 매장의 고요함을 즐기며(매니저님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죠) 오늘 하루 업무와 우선순위를 정리합니다. 일과 중간중간 변수가 많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꼭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8시간을 일했지만 아무 일도 끝맺지 못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거든요.

10시에는 매장의 심장, 활동천사님들이 오십니다. 오픈 전까지 천사님들과 간단한 티타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요. 매장은 특히 활동천사님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요. 이 시간에는 아름다운가게의 전사 이슈 등을 전달드리고, 한 주 동안의 매장 중요 행사 일정이나 매니저 일정 등을 공유드려요. 물론 드라마 얘기나 가정사, 고민 등을 털어놓기도 하는데요. 저희 주부 천사님들은 요즘 저한테 연애하라고 난리 시네요. 하하.

ⓒ아름다운가게

오픈 후 물류가 오는 날엔 천사님들과 진열을 함께 하고요. 마감 전까지 창고 정리, 매장 정리 정돈, 기증객/고객 응대, 공익상품 유통기한/재고관리, 사무, 행사 준비 등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지역 사업도 빠트릴 수 없겠죠? 최근에는 여수교육청의 지원으로 각 학교에 찾아가는 환경교육까지 진행하고 있고요.

필요한 경우 행사 수익금 배분처 선정을 위해 직접 실사도 다니고 있습니다. 매니저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거든요. 어렵게 번 돈이 ‘제대로’ 쓰여야 하니까요. 아름다운가게의 따뜻하고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지역에 소외된 이웃은 없는지, 가장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직접 보고 듣는 것 또한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여수여서점, 활동천사들과 함께 ⓒ아름다운가게

Q.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매니저직군의 가장 큰 매력은 ‘성장 가능성’에 있습니다. 개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매장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무한히 성장할 수 있거든요. 일반 직장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후에나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가게는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늘 하는 만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노력 대비 결과물도 정직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물론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지만 활동천사님들과 동료 매니저님들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그것들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현대사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 ‘내가 기업의 부품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고 번아웃이 올 때가 있잖아요.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로 근무한 이래로 적어도 이런 자조적인 물음들은 사라진 것 같아요. 활동천사와 마찬가지로 매니저 없는 매장도 상상할 수 없거든요!


Q. 업무 중 인상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모든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사소한 것에 감동받잖아요. 신입 매니저일 때 고객이 툭 내뱉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적이 많았어요. 특히 매니저들은 서비스직군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허다할 텐데요.

어느 날은 평소처럼 기증을 받고 “감사합니다” 했는데 손님께서 “제가 더 감사하죠, 좋은 일 많이 해주시고.”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사소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다 괜찮아져서 참 신기했어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게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이 밖에도 무거운 짐을 나르고 있으면 손님들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우유를 가져다주시는 분도 있답니다. 매장에서 선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아, 그리고 보통 단기 활동으로 시작하는 대학생 활동천사님들이 가게에서 봉사하며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껴 정기 천사가 되시고, 취업한 뒤에도 종종 매장을 찾아줄 때 참 뿌듯해요! 저는 신입 때부터 천사님들과 가게에서 맺은 인연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었거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직은 부족한 게 훨씬 많은 초보 매니저라 지금까지 해온 업무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후 조금 더 능숙하게 해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활동천사, 기증천사, 구매천사로 발 디딜 틈 없는 매장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있든 없든 아름다운가게 여서점이 지역 내에 내린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겠네요.

추상적이지만 제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제 주변을 좋은 사람들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아름다운가게 여수여서점 ⓒ아름다운가게

Q. 마지막으로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를 희망하는 분들께 한 마디!

부서 면접 때 동료 간사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는 ‘물 위에 떠있는 한 마리 백조다’라는 말이요. 백조가 물 위에서는 한없이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물속에서는 필사적으로 발장구를 쳐야 하거든요.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들은 나눔을 위해 하루하루 정말 치열하고 필사적입니다. 시민들께서 보시는 건 ‘나눔값’이라는 숫자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방울이 녹아있습니다. 혹자는 노동의 최우선 가치로 명예나 부를 꼽는데요. 저는 아름다운가게 사람들이 나보다는 ‘모두’를, 무엇보다도 ‘나눔’을 위해 이토록 뜨겁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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