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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문점 고동관 활동천사] 그냥 좋아서 해요.




 
조금만 어둑해지면 영하에 가까워지는 날씨 덕에 옷깃을 절로 여미는 계절이 왔다. 날씨가 추워지면 매섭게 부는 바람에 밖에 나가는 게 막막해 지기도 하고, 설령 밖에 있더라도 ‘아…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전기 장판 켜고 몸 좀 녹이고 싶다’라고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하지만 여기 따듯한 제주에서 실려온 바람과 함께 따듯한, 아니 뜨거운 소식이 도착했다. 바로 2010 최다시간 청년활동천사인 (열혈천사) 고동관 활동천사의 이야기!
제주도에서 활동하는터라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서면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 속에서도 고동관 활동천사의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리가 만난 사람]의 두 번째 주인공인 고동관 활동천사를 만나보자.



돕는다는 것이 좋았어요.

고동관 활동천사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름다운가게 제주동문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고등학생 때는 의무적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했지만 이것 외에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또래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다가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된것이다. “헌 물건을 모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TV에서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너무나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활동을 시작했던 고등학생이 어느새 활동천사 5년 차인 23살의 청년으로 자랐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작심삼일 이라는 말이 있을까? 5년간 꾸준히 가게활동을 해온 그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법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름다운가게의 다른 활동천사님들과 가게를 찾아오시는 구매천사님들께서 제게 따뜻하게 잘 대해주시고 저도 그 분들께 잘 해드리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헌 물건들이지만 어쩐지 친근함이 묻어나는 기증품들 사이에 있는 것도 참 좋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가 얼마나 가게활동의 작은 부분까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가게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2010 최다시간 청년활동천사로 선정되었기에 주변의 반응도 궁금했다. 어릴 적에 반에서 모범상을 받아오면 집에서 칭찬을 해주곤 했던 걸 떠올리면서 주위반응은 어떤지 물어봤다. 정작 돌아온 대답은 별일 없단다. “학교 다닐 때 수업이 일찍 끝날 때, 방학 때는 매일 출근 하다시피 했어요. 아름다운가게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봉사왕 감사패도 받고 그래서인지 이젠 그런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어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어쩌다 제가 안보이면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 하시며 그게 사건이 될 정도니까요. 하하하”





가게에서 위로를 받아요.

자원활동을 하면서 가끔은 실수도 하고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주위 활동천사님들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고동관 활동천사님. 그 동안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으냐는 질문에, 하도 시간만 나면 가게로 달려오니까 부모님께서 말리신 적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열성적이었으면 부모님께서 말리실 정도였을까? 또 다른 에피소드도 청해보았다. “학교 다닐 땐 가출을 한 적이 있어요. 물론 친구 집에 가서 자고 왔지만, 부모님과 매니저님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심각했었거든요. 그래도 가게에서 모든 분들이 가게에 없어선 안 될 진짜 천사라며 추켜세워 줄 땐 기쁘고 고마워요.” 가식 없이 시원하고 솔직한 대답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들은 그 동안의 활동기는 재미있고 또래로서 부럽기까지 하다. 그가 겪어온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의 최다시간 청년활동천사를 있게 한 바탕이 되었나보다.



 

가게는 편안함 그 자체에요.

그렇다면 그에게 아름다운가게는 어떤 의미일까? “아름다운가게는 제겐 편안함 그 자체에요. 제가 좋아하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고요.” 아름다운가게 제주동문점이 좋은 일을 하는 장소를 넘어서 사람간의 온정이 오가고, 온갖 가지 추억을 만들어온 곳이기에 그에게 아름다운가게는 더더욱 소중한 장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원활동이 어떤 의미일지에 대한 물음도 빼놓을 수 없다. 그토록 많은 시간 동안 자원활동을 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자원활동이요? 남다른 생각이나 의미를 두진 않고요, 그냥 좋아서 해요. 그냥 좋아요!” 거창한 대답을 기대하고 물었지만 대답은 간단명료.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의 진심이 와 닿는다. 우직한 뚝심까지 느껴진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아담과 이브처럼’ 이라는 노래 가사 중에서 ‘난 그냥 네가 왠지 좋아 이유도 없이 그냥 좋아.’ 부분이 떠올랐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면 이유를 댈 수 없지 않은가? 가게활동이 마냥 좋다는 그의 진심 어린 가게사랑이 있는 만큼, 제주의 겨울은 따듯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