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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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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씨앗편지]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나눔교육 합니다.

 

'오윤경 활동가의 이야기'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 매니저

매일 같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매장 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매일 같은 하루인 것 같은데, 오늘은 어쩐지 분위기가 다릅니다. 바닥을 더 깨끗이 닦고, 옷자락에 스쳐 떨어질 만한 물건은 안쪽 깊숙이 넣어둡니다. 평소보다 매장 안전에 더 신경 쓰는 활동천사님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오늘은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 나눔교육하는 날.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으로 삐약삐약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옵니다. 매장은 그새 아이들과 선생님들로 복작복작합니다. 기증천사님과 구매천사님으로 매장은 더 복작복작합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휴, 이렇게 정신없는데, 나눔교육 안 하면 안돼요?’

기증도 많고, 계산하기도 바쁘고, 물건 진열하느라 바쁜데 나눔교육 왜 해야 하나요?


나의 첫 나눔교육

활동가이지만 동시에 매장 책임자이기에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나눔교육 요청이 왔으니, 마음을 다잡고 퇴근 후 5살짜리 딸아이를 앞에 두고 연습을 해봅니다.

“지윤아~ 나눔이 뭘까? 우리 지윤이는 친구들한테 지윤이 장난감 나눠줄 수 있어?

딸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엄마와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줄 알고 기대감에 찼던 아이의 눈동자가 불안과 초조함으로 변했습니다. 그 자그마한 머릿속에서는 짧은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니. 왜?”

아이의 입에서는 엄청나게 단호한 거절과 명쾌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아차-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졌습니다.

'그래, 나라도 주기 싫겠다. 왜 내 거를 줘야 하지?' 어른이 된 저도 제 물건 하나 나누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아이라고 가능할까요?

친구들이랑 장난감을 사이좋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내 물건을 나눠줘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엄마가 이거 사줄까?” 라는 말을 평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간식 하나를 사더라도, “엄마랑 나눠먹을까?” 라고 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우리 아이 입속에 들어가는 게 마냥 좋아서, 우리 아이가 즐겁게 가지고 노는 모습만으로도 좋아서 “우리 지윤이 다 먹어. 지윤이가 다 해. 다 지윤이 거야.” 라고 했죠. 이렇게 모든 걸 다 주기만 하던 엄마가 마치 모든 걸 주다가 덜 주는 것 마냥 “나눌까?”라고 했을 때, 아이에게 그 한마디는 낯설고 서운한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 또한 장난감을 '왜 나눠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내지 못해 사뭇 막막해집니다. 혼란스러운 상태를 뒤로하고 나눔교육 교안을 살펴봅니다.

“그럼 우리 지윤이, 장난감은 안 나눠도 괜찮아. 대신 엄마랑 인사 한 번 나눠볼까?”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으며 ‘엄마, 안녕~’ 밝게 인사를 합니다.

“이번에는 눈빛을 나눠볼까?” '찌릿찌릿' 장난기 어린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입니다.

“이번엔 웃음을 한번 나눠볼까?” 아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니, 까르륵 웃음이 쏟아집니다. 아이의 웃음에 저도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엄마랑 인사도 나누고, 웃음도 나누니 어때? 나누니까 지윤이도 즐겁고, 엄마도 즐겁네?

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저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럼에도 내가 나눔교육을 하는 이유

나눔이라는 건, 장난감이나 간식뿐만이 아니라 그저 환한 인사와 웃음, 장난기 어린 눈빛이기도 했습니다. 그 작은 행동과 감정을 나눴을 뿐인데, 함께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첫 나눔교육은,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값진 생각의 첫걸음이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나눔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첫걸음이기도 했고, 나눔교육을 해야만 하는 이유 또한 깨닫게 된 첫걸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늘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흔히 물질적인 것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간식을 나눠 먹으라고 하고, 물건을 사이좋게 나눠쓰라고 하고, 내가 가진 돈을 불우이웃에게 나눠주라고 하는데 막상 내 손에 쥔 물질적인 것을 내놓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대체 왜 나눠야 하는지 그 누구 하나 설명해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며 이런 저런 현실적인 계산을 하게 되면서, 나누는 일이 점점 더 쉽지 않아집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정기 후원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봉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장난감을 나눠 가지라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누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하듯, 그저 따듯한 인사 한마디와, 1초의 따듯한 눈빛을 나눴을 때 행복감을 함께 느끼면 그 또한 멋진 나눔의 시작입니다. 친한 친구에게 인사를 나누고, 부모님께 안부를 나누고, 임산부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앉으시라고 따듯한 눈빛을 나눠보세요. 친구로부터 돌아오는 반가운 인사에 기쁘고, 부모님으로부터 돌아오는 사랑과 염려에 감사하고, 모르는 이의 고마움이 느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작은 나눔의 행동 하나하나 어느새 내가 가진 시간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에서는 나눔교육을 합니다. 아이들이 나눔에 대해 어려워하지 않도록, 나눔의 첫걸음을 잘 내디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눔교육을 합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도 어느새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