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자원활동으로 아름다운가게라는 산 정상에 오르다 / 미아점 김기순 활동천사

먹을거리와 갖가지 물건, 분주한 발걸음으로 활기 넘치는 수유시장. 이 건너편에 아름다운가게 미아점이 있습니다. 이 곳 역시 맛있는 공익상품과 기증품, 구매천사님들로 가득합니다. 위치가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라서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저녁 8시까지 좀 더 오래, 많은 기증품을 만날 수 있는 초대형 매장입니다. 이 곳에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김기순 활동천사님의 아름다운 10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7)


아픔을 함께 한 이웃들이 고마워서 시작했어요

딸이 백혈병으로 십 년을 고생했었어요.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제가, 딸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일도 하게 됐고요. 그 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이웃도 생각 못하고, 옆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딸이 완치되고 나니까 주위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도움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딸 학교 친구들, 선생님들이 잘 챙겨주었죠. 교회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었고. 그 뒤로 나도 무언가 돌려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8)

 


참 감사해요, 여기서 봉사하면서 제가 바뀐 게…

처음엔 낯을 많이 가려서, 자원활동 하겠다는 말을 하는 데에도 1년이 걸렸어요. 매장을 들락날락하면서, 어찌나 두근거리고 망설여지던지. 이 봉사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요. 여기뿐만이 아니라 노인회관 봉사에서도 열심히 하고. 참 감사해요, 여기서 봉사하면서 제가 바뀐 게.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1)

 


정리부터 인형 옷 만들기까지, 이것 저것 해보는 재미가 많아요

우리 바깥양반이 군대생활을 오래 했어요. 집안 살림 어지럽혀있는 걸 못보고 ‘각’ 잡아놓는 걸 좋아해요. 여기서도 다 각이에요. 흐트러져 있는걸 각 지게. 곧 흐트러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정리하게 돼요. 강박증 정도로 심하면 좋지 않지만,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으니 그리 힘들지 않아요. 재밌어요.
기증품으로 인형이 많이 들어오는데, 인형옷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발가벗겨져 있으면 보기 안좋더라고요. 제가 옷을 만들어서 입혀주고 있어요. 자투리 천에 바느질해서 만들죠.  손재주로 가게 살림까지 챙기는 재미가 있답니다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4)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아름답죠

‘아가회’라는 이름으로, 미아점에 있는 10년차 활동천사 8명이 모여요. 자원활동 외에 시간을 내서, 극장도 가고 밥 먹으면서 친해졌어요. 미아점에 대해 각자 생각한 것, 더 채워나갈 것을 이야기하죠. 어디 놀러 가고, 음식도 같이 하고. 우정이 싹트면서, 친자매처럼 되어 버렸어요. 누군가 사정이 생겨서 자원활동을 그만두더라도, 이 모임만큼은 유지해요. 그게 진짜 친구고 이웃사랑이잖아요.
지금처럼만 쭉 갔으면 좋겠어요. 체력 될 때 까지 해야겠다는 다짐을 지키고 싶어요. 여기 식구들끼리 오랫동안 같이 갈 수 있기를 바라요.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6)

 

 
연차에 따라 배움도 즐거움도 쌓아가요

나누미교실을 올해서야 다녀왔어요. 5년 됐을 때 다녀와야 했는데, 그땐 일을 하고 있어서 못 갔죠. 담양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나들이를 갔는데, 경치도 좋고 정말 즐거웠어요. 자원활동 수료증과 공익상품으로 가득한 선물도 받고요. 올해 아름다운교실을 또 가다니 행운이에요^ ^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5)

아름다운가게에서는 활동 연차에 따라 교육 행사를 진행한다. 나누미교실(5년차), 아름다운교실(10년차 행사)에 참석한 김기순 활동천사.  

 


제가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드리기 위해 서류를 받고, 그 분들을 직접 만나요. 개인적으로는 다문화 가족 돕는 쪽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여기 와서 말도 안 통하는데 일하기도 힘들고 애들도 키워야 하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실제로 만난 다문화가정은 아이가 다섯 명에, 남편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물질적으로 도와주진 못하더라도, 그들을 도와달라고 한 번 기도하게 돼요. 물질적인 것도 좋지만, 재능 기부나 컴퓨터 교육 등 여러 가지 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 ‘작더라도, 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뭐라도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구매천사님께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친절하게, 저를 보고 ‘나도 봉사해야지’ 라는 마음을 갖게요.
한편으로는 저에게 아쉽기도 해요. 그러니까 제가 아직 부족한거죠. 완숙하지 못한 저를 보면서, 아직도 배우고 채울 게 많이 남았다고 느껴요.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2)

 

자원활동이라 부르는 산행에 도전해보세요

아름다운가게는 ‘산 정상’이에요. 올라갈 땐 너무나 힘들지만,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 볼 땐 너무나 기분 좋잖아요. 자원활동도 마찬가지에요. 봉사는 한 번 소홀해지면 그 다음엔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주말엔 경조사도 많아서 자주 빠지게 되죠. 저는 어느 자리이든 한 번 시작하면,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어서 책임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직계가족 행사가 아닌 경우, 축하인사만 전하고 웬만하면 참석하지 않아요. 가게에선 마음부터 비우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요. 이런 하루를 한걸음씩 딛고 나가다보니, 제가 얻은 것이 정말 많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이 산행에 한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가게 미아점 활동천사 (3)


봉사심과 우정으로 활기찬 모습까지 찾은 김기순 활동천사님~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그 활동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