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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_뷰티플펠로우 사업에 바란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나이팅게일이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최초의 간호 전문학교를 설립하고 병원 건설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환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받도록 한 혁신적 변화는 후자 덕에 일어났다.
간디가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그가 도입한 분권화된 정치 기관이다. 그 제도로 인해 비로소 인도는 자치국가가 됐다.
사람들은 마틴 루터 킹이 “I have a dream”으로 시작되는 멋진 연설을 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연설의 효과를 극대화되고 사회변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사 필립 랜돌프와 베이야드 러스틴이 조직한 ‘워싱턴 행진’(The March of Washington)이 있었다.

분명한 사회적 가치는 사회 혁신의 필수 동력이다. 모든 사회 혁신에는 감동적인 변화의 스토리도 있다. 그러나 그 가치와 스토리가 나오기까지는, 일이 어떻게 조직되어 실제로 구현되었는지, 적절한 ‘how’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사회적 가치(why)나 변화의 스토리(what)에 주목하지만, ‘어떻게’에 주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도 잇따라 나온다. 대기업들도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사회생활을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보겠다는 청년들과 퇴직 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겠다는 장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각종 지원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세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는 엄격한 비즈니스모델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사회 혁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회적기업 자체의 생존에 관심을 갖는 관점이다. 그러다 보니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모델을 정교하게 고안하느라 바쁘다. 분명 사회를 통째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활동이더라도, 당장 재무적으로 합리화할 모델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실험하지 못한다.
둘째는 단기적 성과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지원의 효과를 빨리 평가하고 확인하려는 조급증의 발로다. 그러다 보니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장기적으로 분명한 사회 변화를 가져올 만한 활동이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활동은 포기하고 만다.
셋째는 조직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유지 및 관리되어 평가가 가능한 조직이 지원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의 아주 초기, 다양한 혁신을 실험하는 경우에는 지원이 어렵다.
세 가지 한계가 가진 문제점은 분명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실험적으로, 사회적 기업가 개인이 주도해 하는 사업은 지원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사실 관료적인 정부 기관의 지원체계에서는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민간 지원은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지원이 닿지 않지만 사회적 가치가 있는 새로운 실험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정부 지원의 빈 자리에 서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 펠로우 프로그램은, 정부 지원의 빈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실험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비즈니스모델을 따져 묻지 않고, 단기 성과를 요구하지 않으며, 개인에게 지원한다. 아쇼카 같은 앞선 외국 사례에서 실험해 성공했던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이다. 아쇼카의 아쇼카 펠로우들은 전세계에서 수많은 실험을 해가면서 사회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많은 경우, 공동체를 변화시키거나 나아가 국가 정책을 변화시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모델과 담론과 논리는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누가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실행하고 실패하는 가운데 근본적 변화의 싹이 틔워지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기업가가 필요하다. 뷰티풀 펠로우 프로그램이 나중에 싹으로 자랄 씨앗에 물을 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