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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1_[뷰.펠 2기] 박정이 뷰티풀펠로우



 

“우리가 함께 하는 삶터가 일하는 곳이기 보다는 놀고 즐기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방놀이터의 가족카페 이층엔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이라기 보다는 가정집에 사무가구가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15평 남짓 되는 공간이 있었다. 방과후 교실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마침 그 공간이 비어있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년시절을 말해 달라고 하자 박정이 펠로우가 처음 한 말은
너무나 평범해서 뭐 말 할 꺼리가 없는데….”였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인생을 들어보았다.



고향이 어디시죠?
태백이요. 강원도 태백.
 
혹시 당시는 탄광촌이었죠?
맞아요. 당시 우리나라에 탄광 산업이 엄청 번성했죠. 저도 탄광촌에 살았어요. 탄광촌 사택같은 곳이었어요.
 
탄광촌이 그리 평범한 곳은 아니지않나요? 뭔가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드라마 같은 일들이 많긴 많았죠.
 
아까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하신 것 같은데하하
하하하. 저 개인적으로는 그냥 밋밋한 삶을 살았어요.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어요. 하지만 정말 사건 사고들이 많긴 많았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냥 뭐 어느 날 강건너 갑자기 광업소에서 싸이렌이 막 울리면 어김없이 사고가 난 거였어요. 사람이 죽어 나가고탄광이 보통 1,000미터 정도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1,000미터나 들어가나요?
정말 깊죠?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란 말 아시죠? 생사의 경계에 있으니 무서울 게 없는거죠.
 
전혀 밋밋하지 않네요.
하하하. 그런 곳에서 우리 아버지도 20년 정도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싸이렌이 울리면 우리아빠는?’ 이런 걱정이 많았죠. 어느 날은 어머니와 어딜 가려고 기차역에 있는데 방송이 나와서 아무개씨 부인, 빨리 역무실로 와 달라고 하는데 아버지 성함인 거예요. 가 봤더니 아버지가 다치셨다고 얼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런 삶을 언제까지 살았나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살았죠.


 
지금의 사업과 연관 지어서 그때의 경험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요? 맞나요?
사택이라는 공간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았어요. 일종의 공동주택이니까요, 사람과 어울리며 사는 것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아요. 친구들과 산과 강에서 뛰어논 기억도, 이웃집 엄마, 아빠들과 나들이 다닌 기억도, 선생님들과 즐거웠던 기억도 그때는 대부분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예요. 그래서 지금도 그런 삶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항상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으셨군요? 그럼 친환경적 삶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녹색연합에서 일을 했어요. 당시에 면접관이 너 여기서 뭐하고 싶니?” 라고 물어봐서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녹색연합 전에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면 녹색연합 활동 후에는 친환경적 내용이 인생에 덧붙여진 것 같아요. 현재의 많은 생각들이 그곳에서 정리되었죠.
 
결정적으로 이 사업을 결정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요즘엔 도시 농업이니 그런 것들이 많이 공론화 된 시대지만 전 항상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이 제가 원하는 그런 곳이 되길 원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어요. 이건 직접 해볼 수 있는 것이었죠.
 
오방놀이터란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건가요?
함께 고민하던 일 공동체 분들의 같은 생각이 남편들 참 불쌍하다.’였어요. 나중엔 함께 일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들도 마찬가지였구요. 같은 목표가 생겼죠. 그 모임에서 처음 시작한 일이 천연 염색으로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천연 염색의 색이 다섯 가지였어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는 삶터가 일하는 곳이기 보다는 놀고 즐기는 곳이면 좋겠단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오방놀이터가 되었어요.
 
남편 분들 얘길 하시던데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다 여성분들인가요? 어떤 분들인가요?
다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육아나 가사를 전담하시던 분들이죠. 경력단절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들 육아 등에 대해 대화도 통하고 지향점도 비슷해요. 그래서 방과 후 놀이터도 운영하고 있고요. 나의 문제, 우리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려고 합니다.
 
방과 후 놀이터요?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긴 한데 내 아이만 잘키운다고 될 일이 아닌거예요. 그 아이의 친구도 그 친구의 친구도 모두 잘 자라야 우리 아이들이 사는 곳이 건강한 곳이 되겠는 거예요. 그래서 내 아이도 잘 키우고 이웃의 아이도 잘 키우는 방과후 놀이터를 운영하게 된거죠. 현재는 망원동 이곳 오방 놀이터 2층에 공간이 있죠. 11명 정도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 와서 생활합니다. 방과 후 놀이터라고 한건 방과후에도 교실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안되 보이더라구요. 그냥 이곳이 교실의 공간보다는 아이들이 와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용어네요. 그럼 아이들이 그냥 와서 놀면 되는 건가요?
물론 다른 방과 후 교실처럼 프로그램도 있습니다만 교육에 편중된 그런 프로그램은 아니죠. 토요일에는 약 15명 정도의 취약계층 아이들을 돌봐 주는 밥상의 기억이라는 토요 돌봄 사업도 합니다. 취약계층 자녀들이 오히려 주말에 학교도 안가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식사와 함께 약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곳곳에 이런 곳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맞습니다. 저희도 여러 동네에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큰 공간이 생겨서 그곳에 선생님 10명에 학생들 100명이 있는 것보다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작게 작게 많이 있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지역 친화적이기도 하다 생각합니다.
 
오방놀이터는 친환경 가족카페를 운영하죠?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 부모님들이 자연스럽게 오셔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예요.
그런 분들은 아이를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기존의 키즈카페 역시 친환경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구요.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방금 전 방과 후 교실때도 말씀드렸지만 지역의 곳곳에 지역의 필요에 의해 모습을 바꾸는 그런 가족 카페입니다.
 
친환경적인 부분이 어디에 있나요?
먹거리가 친환경적이고요, 놀잇감이 친환경적이고요. 공간 역시 친환경적으로 많이 채웠습니다. 실제로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는 당연하게 우린 그냥 다 친환경적인데.” 라고도 말한답니다. 많은 분들이 실제적으로 알려드려야 이해하시긴해요. 하나 하나를 보면 친환경인데 모여 있으니 뭉뜽 그려져서 흐려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죠. 친환경은 아주 아주 당연히 기본 바탕인 부분입니다.
 
그럼 그런 친환경 재료들은 어떻게 조달되죠?
방과후 놀이터의 재료들은 우리 오방놀이터가 만든 천연염색 놀이기구와 친환경적인 기구로 많이 활용하고요. 카페의 재료들은 망원동 근처의 생협 등에서 조달합니다.
친환경인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과의 교류나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부분 역시 탄소 발자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고요. 공동체적인 친환경을 추구합니다.
 
지역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말씀하셨는데 어떤 부분인가요?
공간의 장점이 있어요. 망원 시장내에 위치하다보니 망원시장에 장보러 오신 분들이 들어오시기도 하고요. 이 동네에 카페가 별로 없어서 회사 분들이 사업미팅을 하시기도 해요. 돌봄이나 교육 관련 모임이나 지역 생협과의 교류도 많아졌고요. 이 공간이 망원동 주민의 정보의 장이면서 또한 사랑방 같은 역할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역의 정보를 모아 놓으려고요.
 
운영하신지 그래도 몇 년 흐르셨는데 운영하시면서 있었던 약간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처음에는 친환경 염색 놀이감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가족카페로 확장했죠. 가족카페를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어떤 분은 호기심에 들러보시고 나중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오시더라구요. 아이가 좋아할까 의심하시다가 너무 재밌게 노는 아이를 보고 넌 뭐가 그렇게 재밌니?” 하며 가시고는 나중에 또 오시는 거예요. 그런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어린이집도 엄마 없이 맡기기 싫고 키즈 카페 매일 갈 수도 없고 이런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혹시 확장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는 이곳 망원동 망원시장에 있습니다만 얼른 2호점 3호점을 오픈하고 싶어요. 가족카페라는 것이 그 지역 내에 다양한 욕구에 맞춰 생길 수 있는 것이거든요.
 
저희 지역에도 꼭 이런 곳이 만들어 지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 미래에 어떤 비젼, 꿈이 있으세요?
방금 말씀드린 것과 연관 지어 말씀드리면, 우리가 테마파크나 놀이동산 같은 곳에가려면 차타고 가서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인스턴트 음식 먹고 그러잖아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죠. 승용차 안타면 테마파크를 가기도 어려워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죠. 그런 공간들이 지역사회에 존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맞아요. 승용차 안타면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그런 시설이 지역사회에 존재 가능할까요?
거대한 시설이 있을 수는 없겠죠. 거점마다 작은 공간이 존재하게 하는 것입니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갈수 있는 그런 곳이요. 그것이 친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삼년 내에 이런 오방놀이터 같은 가족 카페를 다양한 모델로 세 개 정도 만들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각각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를 담아 내면 그것 자체가 생동감 넘치는 놀이터가 될 수 있겠죠.나중엔 시골에서 살고 싶은데 그곳에도 비슷한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농촌에는 노인문제가 있으니 키즈 카페가 아닌 노인카페를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소셜 프랜차이즈화 하고 싶어요.
 
아까 인터뷰 때 귀농을 꿈꾸고 계시다고 하셨는데요?
, 2~3년 후에는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 몇 가족과 귀농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꿈이 생긴거죠. 남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접으려는 것은 아니고요, 귀농하는 지역사회에서 다시 또 이런 가족카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촌에는 또 농촌의 환경에 맞는 가족카페나 돌봄 사업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도농교류와 같은 상생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겁니다.

 

인터뷰가 끝나니 12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 되었다. 밥을 먹고 가기로 생각했는데 마침 점심을 대접해 주셨다. 마침 인터뷰를 듣고 보니 곳곳에 친환경이 아닌 것이 없었으며 가족 카페에 오실 것 같은 분이 아닌 아저씨들도 보이고 한 초등학생이 엄마~!” 하며 찾아 들어와서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 속에 앉는 모습이 정말 동네의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먹던 된장 덮밥도 정말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