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인터뷰] 탤런트 김석훈 “소비와 생산을 줄여야 환경을 지킬 수 있죠”

배우 김석훈이 아닌 인간 김석훈을 만나 환경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누구나 환경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었다. 김석훈은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세로 우리를 되돌아보게 했다.
 

만나뵙게 되어 너무 기뻐요. 아름다운가게와는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아름다운가게 초창기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집 근처 아름다운가게 매장도 가보고 이용해보
면서 아름다운가게가 추구하는 지향점과 목표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죠.
아름다운가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시는데, 평소
환경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운동화 하나, 슬리퍼 하나 두 켤레의 신발만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직업이 배우인지라 많은 신발을 갖고 있고, 때론 거의 신지 않으시면서도 또 다른 신발이 생기곤 하죠. 그러나 소비를 줄이면서 생산도 줄여야 진정 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광고를 통해 신상품을 홍보하고, 그러면 또 소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생산을 줄여야 소비도 궁극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이죠. 연예인, 명예, 인기, 돈 등 이 모든 것이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봐요. 물질 만능주의일 뿐이에요. 사실 배우는 꾸며야 합니다. 잘 입고 멋지게 입어야 하죠. 그러나 그것은 무대 위에서 만의 이야기죠. 무대와 카메라 앞을 벗어나면 저는 일상 속 김석훈, 인간 김석훈으로 돌아옵니다. 인간 김석훈은 멋지게 보이기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죠. 일상 생활 속에서는 내가 누려야할 특권을 버리면 행복을 느낄 수 있죠.
   

 
그렇지만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며칠 전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제 방에서 13년이상 사용하던 브라운관 TV가 고장나서 해당 가전업체에 AS를 부탁했어요. AS기사가 TV를 보더니 너무 오래된 제품이라 신제품 사는 것보다 수리비가 더 나온다 하더군요. 요즘 많이 사용하는 PDP/LCD TV를 새로 사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결국 안사고 브라운관 TV는 폐기처분했어요.
현재 그럼 TV 없이 사시나요?
하하, 가족들이 보던 TV를 함께 보고 있어요.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TV가 없는 불편한 삶을 선택하셨네요. 환경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간은 항상 행복을 생각합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3D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과연 그럴까요.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지만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강남은 환경이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하죠. 교통과 교육 측면에서 당연히 편하고 좋죠. 그러나 과연 환경이 좋은 곳일까? 진짜 인간에게 좋은 환경일까 생각하게 되요. 예전에 독일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가로수 둘레를 보고 너무나 놀란 적이 있어요. 여러 사람이 손을 잡아야만 둘레를 잴 수 있을 정도로 굵고 튼튼했는데, 독일은 가로수를 심을 때도 100년 후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심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개발정책과 비교하면 놀랍지 않나요?
과학의 발전은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보다는 인간을 더 빨리 죽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환경과 인간을 생각한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TV나 영화 촬영하는 경우 야외 촬영장소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요. 이럴 경우 항상 개인칫솔, 개인컵 등을 소지하고 다녀요. 촬영하는 동안 내가 하루에 몇 잔의 음료를 마시는지 세어본 적이 있어요. 물, 커피, 음료 등을 다 합쳐보니 하루에 10잔이 넘더라. 나만 하더라도 10잔인데 스태프가 70명.
엄청난 소비량이네요. 꽤 많은 종이컵과 일회용품들이 사용되네요.
그래서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해 스테인레스 컵을 개인적으로 사서 모든 스태프들에게 나눠졌어요. 이름도 손수 다 적어서.
와우, 그러면 일회용컵 사용이 엄청 줄었겠는데요.
아쉽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 했어요. 야외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스테인레스 컵을 사용하고 나서 씻을 데가 없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 해 무산되다니 안타깝네요.
일회용 컵 뿐만 아니라 다른 소모품들도 많이 사용되죠. 예를 들자면 제작부의 경우 매일 새 장갑을 사용하죠. 적어도 몇 십명이니 이들이 소비하는 장갑의 양만 해도 한달이면 수천켤레에 달합니다.
촬영공간은 소비의 공간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경 재앙 앞에서는 드라마, 영화 등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죠. 환경 재앙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죠. 인류가 삶을 지속해나가려면 환경이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나의 직업, 명예, 돈 보다 환경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해요.

 
일상 속 환경과 나눔 실천에 대해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려면 관련법이 제정되는 게 가장 좋을 듯싶어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경우 ‘녹색당’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죠. 이념의 시대가 지나고, 정치적인 입김도 필요 없고 관계 법령으로 만들어 누구나 환경을 지키게 하면 가장 효과가 좋지 않을까.
스위스의 경우 빨간 불이 켜지면 시동을 꺼야 합니다. 공회전을 10회 이상 하면 자동으로 꺼지게 만든 차도 만들어져 있죠. 법으로 강력하게 지키게 함으로써 누구도 위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공회전을 줄이고 배기가스를 줄이는데 동참하고 있어요. 이것이 법이죠. 심지어 어떤 나라는 3000cc 대형승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10배 이상 세금을 부과해 배기가스에 대한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죠.
 
환경을 위한 법령이 엄하게 만들어지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많이 바뀔 듯싶어요. 어린이들에 대한 환경 마인드 인식 및 교육을 시키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영향을 받고 많이 접하는 것이 TV죠. 전 TV문화, 대중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의 대중문화는 현재 낙후돼 있으며 개선이 필요해요. 좋은 양질의 노래, 드라마, 교양정보프로그램 등이 제작되어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속어가 난무하고 자극적인 것만 방영되고 있으니 환경 교육이 될 리가 없죠.
TV는 시청률에 좌우 되요. 대중들이 자극적인 것만 쫓다보면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들이 커나갈 수 없어요. 대중들의 인식도, 대중문화도 바뀌어야 하죠. 또한 배우나 공인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야 해요.

배우들의 사회적 책임이요?
연예인들의 경우 공인이다 보니 자신의 말과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죠. 배우 스스로 말과 행동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북동 카페에서 진행된 2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배우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김석훈.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던 우리는 그의 열정적인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겉만 번지르하고 소비중심적인 이 시대의 아이돌 스타보다 그가 더 멋있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