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아, 함께이니까!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지 어느덧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안에는 그녀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수많은 추억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운가게 단짝’인 그녀를 통해 듣는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 만나러 간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각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고, 그 기금을 잘 관리하고 운영함으로써 우리 주변의 소외이웃을 한 명이라도 더 돕기 위한 일을 하는 곳이 바로 ‘나눔사업팀’이에요. 아름다운가게의 간사, 활동천사들의 원동력이기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려고 노력해요.





아름다운가게가 추구하는 ‘나눔’이란?
조금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긍정적으로 꾸준히 일어나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나눔에 대한 어떤 기획도 섬세한 배려를 기본으로 해요. 네팔에 위치한 제 1호 아름다운도서관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도서관이란?
아시아 지역 주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2009년 네팔 1호 도서관을 시작으로 필리핀까지 확대 된 아름다운 도서관. 아름다운가게는 교육과 문화의 기회에서 소외된 아시아 지역에 도서 및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도서관을 건립하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떠나도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지 마을청년회에게 운영을 맡겼어요. 운영위원회를 꾸릴 때는 성비까지 고려했어요. 남녀 비율을 최소 7:3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죠. NGO 전문가, 학부모 대표, 마을 대표 등 구성도 골고루 하고요. 또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교체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까지 저희 역할이에요.


도서관은 지금까지 운영이 잘되고 있는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우리가 약속한 지원 날짜도 끝이 났어요. 그런데 현지에서 갑자기 도서관을 빼라고 요구를 받았나 봐요. 그 도서관은 어떻게 됐을까요? 놀랍게도 마을청년회가 생명을 연장시켰어요. 그들이 직접 관공서나 경찰서를 찾아가 쓸모없는 땅이 있는지 묻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마침내 30년이나 무료로 땅을 빌릴 수 있게 되었어요. 비록 아주 작은 평수이지만,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 변화의 힘은 어디에서 출발된다고 보는지?
그들이 직접 깨닫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아주 작은 도움을 주지만, 그 변화의 힘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그들인 거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도서관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함께하는 거죠. 벽돌을 나르고, 책장을 옮기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십시일반 모금까지 동참했으니, 그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요.


이번 지진 피해가 크진 않았는지?
다행히 1호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엔 지진 피해가 적어요. 하지만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에 앞장서는 아름다운가게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죠. 네팔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긴급모금 참여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아름다운가게에는 어떻게 오게 됐는지?
10년 전, 안국점 활동천사였어요. 당시 매장에서 공정무역 제품 정리를 했어요. 그 물건들을 보며 ‘일’을 통해서도 사람을 배려하고, 공생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가게에 입사했죠. 그렇게 저는 2005년 9월, ‘별난사업국 아름다운무역팀(現아름다운커피)의 간사가 되었답니다.


벌써 입사 10년차. 당시 아름다운가게는 어땠는지?
아름다운가게 내부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이었기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죠. 손에 잡히는 모든 일이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성취감을 가장 크게 느꼈던 시기인 것 같아요.



당시엔 간사가 몇 명 안됐기 때문에 월간회의를 다함께 했어요. 그래서 회의가 끝나면 어느새 밤이 되곤 했어요. 서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낱낱이 다 알 수밖에 없었죠. 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아름다운가게와 청춘을 함께 한 것과 다름없겠는데.
그렇죠.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이가 벌써 네 살이에요. 조금씩 자라면서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네팔’이에요. 좀 특이하죠? 엄마가 자주 가는 네팔을 언제부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꼽더라고요. 네팔에 가보는 게 소원이래요.


워킹맘으로서 힘든 점은 없는지?
아이를 낳고 6개월 만에 복직했어요. 복귀하자마자 네팔로 출장을 갔죠. 복직하기 며칠 전, 갑자기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토익 책을 펼쳐봤던 기억이 나요. 남편이 10년 전에 보던 토익 책이었어요. 내가 도태되진 않을까 두려웠던 것 같아요.





“엄마가 회사에 안 갔으면 좋겠어.”
“호준이가 유치원에 매일 가는 것처럼, 엄마도 회사에 가야 하는 거야.”
“그럼… 이다음에 네팔 갈 때 나도 데려가. 내가 동물한테 먹이 줄게.”



아름다운가게에 오기 이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금융연구원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관두고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어요. 가족과 떨어져 오로지 혼자 있으면서 제 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기자였더라고요. 그래서 귀국하고 방송국 보도국에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과연 60이 넘어서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곳이 아름다운가게였어요. 이후 10년 째 아름다운가게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없이 행복하게 일하고 있죠.(웃음)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지?
우리가 매장을 통해, 각 부서별 사업을 통해 생긴 수익금으로 누군가를 돕고 그들이 스스로 자립하는 모습을 볼 때. 그때 진심으로 행복해요. 그 힘으로 ‘아름다운 희망나누기’를 23차까지 진행할 수 있었죠. 

희망나누기란?
아름다운가게가 매년 진행하는 나눔 프로그램으로써 매장 수익금을 통해 우리 주변의 소외 이웃들의 주거환경개선비, 의료비, 학비, 교육비 등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1년에 한 번 진행되며 올해로 23차 수익 나눔을 실천했다.

바리스타가 꿈인 선영이(가명)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려면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거예요. 그 교육을 선택하면 아르바이트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돼요.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면 어떻게 되나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거죠. 그 아이는 다행히 운 좋게 아름다운가게를 만나게 되었고, 생계비를 통해 교육도 받고 결국 바리스타라는 꿈도 이룰 수 있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선영이(가명)는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또 나눔사업팀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저하고 주고받은 이야기, 다 정리할 수 있겠어요?, 앉은 자리에서 세 시간은 순식간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마냥 편안하고 따듯한 사람.

그녀에게 ‘아름다운가게’는 어떤 존재일까. 



“아침에 눈 떴을 때는 가기 싫은데(웃음), 막상 가면 유쾌해지고 그냥 좋잖아요.
 그리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죠. 졸업은 없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