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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스토리] 커피방앗간 주인장님의 이색 기부 이야기




때 아니게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나 의심이 될 정도로 억수 장마비가 쏟아지던 6월 11일 오후, 고즈넉한 분위기로 그저 기분 좋게 만드는 안국동을 찾았다. 오늘은 아름다운가게 놀라운가게 17호점, 커피방앗간(커피 전문점)을 방문하는 날. 커피 향이 그윽한 작은 한옥에 자리 잡은 커피방앗간에 막 들어서자 줄지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왠 줄인가 하고 살펴 봤더니 바로 오늘 만나 뵙기로 한 커피방앗간 주인장이신 이경환 기부자님이 손님들을 대상으로 1분 초상화를 그리고 계셨다. 사실 커피방앗간은 매월 사장님의 재능기부를 통한 1분 초상화 수익금을 기부하고 계시다. 잠시 기다렸다가 사장님과 마주 앉았다.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시게 된 계기는?
아름다운가게 본부가 안국동에 있을 때 가게 간사님들이 우리 단골이었어요. 친하게 지내며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어느 날 ‘놀라운가게’라는 소상공인들과 함께하는 나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게에서 5분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어서 당시에는 다른 ‘놀라운가게’의 현판을 그려주는 재능기부로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사장님에게 나눔이란?
제가 나눔을 하는 첫째 이유는 물론 제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에 대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 스스로에 관한 부분도 있어요. 마흔이 되면서 인생의 의미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도 기부와 나눔의 형태에 대해서 상의하다가 독거어르신들 찾아가는 봉사를 하기도 했었죠. 봉사나 기부가 중독된다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알 것 같아요. 제가 하는 기부가 참 작은 것이긴 하지만 나의 빈 부분, 공허함을 채워주는 느낌 이랄까요. 어쩌면 그러한 면에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기부하는 셈이기도 하지요.






사장님의 기부 방식이 특이한데, 설명을 좀 더 해주세요.
초기에는 ‘놀라운가게’의 현판을 그려주는 재능기부를 했었지만, 제가 노력을 많이 들여도 가게의 느낌을 온전히 담아내고 주인장 맘에 쏙 들게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웃음) 그래서 다른 방식도 생각해 보게 되었죠. 당시 우리 가게에서 ‘5분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어요. 그걸 좀 간소화해서 요새는 1분 초상화를 1000원에 그려주고 그 수익금을 모아 매달 꾸준히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커피방앗간 초상화가 정말 유명하더라고요. 아까도 보니 줄을 서서 그림을 그리던걸요!
아, 예. 이전에는 정말 커피를 팔 수 없을 정도로 초상화 손님이 많았어요. 좋아해 주시니 좋기는 하지만 제가 8년 동안 해온 건 커피 볶고 커피 파는 건데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고 홀 유지가 힘들어지니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음료를 드신 분에 한해서만 그림을 그려드리고 있어요.. 음료 구매 손님들에게만 그림을 그려 드리니 좀 서운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이게 참 미안하고, 딜레마와 아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기부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랍니다. 





기부하시는 나눔 주제는 아름다운희망나누기인데요, 그 중에서도 소외아동 정서지원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그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음, 제가 3살, 6살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도 ‘긍정적인 아이, 항상 밝게 웃는 아이’ 로 자랐으면 합니다.
저는 세상의 어린 아이들이 밝은 기운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그런 희망을 가졌으면 해요. 미술치료에 관심이 많은데, 미술 활동을 통해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잖아요. 특히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아이들도 아름다운가게에서 지원하는 예체능 특기적성 같은 활동을 참여하면서 조금이나마 밝은 기운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장님의 꿈이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림에 관한 건데요, 저는 ‘선’에 이야기와 느낌을 담는 게 꿈이에요. 시집에 실린 삽화 같은 것을 보면 몇 개의 선을 사용했을 뿐인데도 아련한 느낌을 주고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선 만으로 좋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도 일전에 책에 삽화를 그린 적도 있는데 참 어렵더라고요! 1분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이런 필력 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면 재미가 떨어지죠. 예, 이런 꿈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웃음)




 

아름다운가게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나요?

음, 기부나 나눔이 확산될 수 있게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놀라운가게’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널리 퍼뜨리는 것도 포함되고요, 아름다운가게의 다른 활동을 기존 ‘놀라운가게’ 기부자들이나 가게 방문객들에게도 홍보할 수도 있죠. 사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사회통념이 있잖아요. 그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데, 기부하는 가게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게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큰 것 하는 것도 아닌데 낯간지럽지도 하고요. 아름다운가게가 놀라운가게를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유치·확산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상업공간인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는 좋은 롤 모델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놀라운가게 기부 신청서를 기존 참여 가게에 비치하는 것도 적극 지지합니다.


이렇게 커피방앗간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카페 내 손님들 중 몇 명이 초상화를 그리고자 다시 줄을 서는 모습을 바라 보며 커피방앗간 문을 다시 나섰다. 놀라운가게 초기부터 재능기부로 함께해주시고 이제는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을 확산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해주시고 계신 사장님!
이날 소중한 시간을 내어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아름다운가게 후원개발팀 김내은 간사, 신영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