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2011사회적기업컨퍼런스] 연사스케치(1) _ 투자


사회적기업을 통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지만 여전히 민간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나 사회적기업의 창업 및 운영을 지원할 자본시장과 비영리 금융전문기관도 아직 미미한 실정입니다. 더구나 외부 의존적인 사회적기업의 재정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하며 성장을 기다려줄 투자 기관이 필요한데 이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사회적기업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와 역량 제고를 위한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유럽, 아시아, 국내 사례를 비교해 보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아일랜드 현실에 기반한 클란 크레도
사회적 금융에 대해 말하기 전에, 클란 크레도가 위치한 아일랜드의 상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의 인구는 460만 명 정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되었고, 이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2010년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2008년에 4.3%였던 실업률이 2011년 현재 14%(약 45만명)로 증가했다. 은행 대출권이 붕괴되고 사회적 투자가 저하된 것은 물론, 늘어난 실업자로 인해 사회 전체가 동요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금융 회사인 클란 크레도의 행보는 독특하다. 여기서 사회적 금융이란 금전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수익 또는 사회적 배당 등의 목적을 갖는 조직의 출자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비영리 기관, 커뮤니티 센터, 사회적기업에 장기간 대출을 해주고, 대출금을 가지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초기 사회적 금융은 종교 단체에 의해 이루어졌다. 현재도 많은 사회적 투자 기업들은 종교기관에서 운행하거나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투자 펀드인 클란 크레도의 설립자 역시 맨덜린 수녀였다.

사회적 투자의 재정의
클란 크레도는 직원 5명이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나 자원 활동, 지역공동체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 자선단체 등에 10,000 ~ 500,000 유로를 3개월에서 15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대출해준다. 자금의 절반은 종교 기반의 출자금이며, 나머지는 사회적금융재단(SocialFinance Foundation; SFF) 기금으로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약 3,500만 유로를 330개의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보증유한회사(Company Limited by Guarantee)로 설립되어 세금면제 혜택을 받고 있고, 자선단체로 구분되어있어 일반 은행처럼 중앙은행의 금융감독 대상은 아니지만, 경제 위기 이후 많은 아일랜드의 은행들이 국유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클란 크레도는 아일랜드 섬 전역에서 활동하는 기관들, 그리고 일반 상업 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클란 크레도는 사회적 투자로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모든 신용결정권은 이사회에 있는데, 이들은 투자를 의뢰하는 사회적 프로젝트나 그것을 진행하는 사람을 검토한 후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투자한다. 일반적인 금융권처럼 위험성을 따지거나 담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그 프로젝트 자체,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을 본다.
 
사업 계획이 아주 뛰어나진 않더라도 비전과 열정이 있는 사람(1인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일원)이 있다면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클란 크레도의 이사회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익보다 프로젝트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우리가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면서 돈을 잃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 투자로 인해 큰 수익을 바라고 있지도 않다. 상환이 어려운 고객이 있다면 손실을 보더라도 그 사람과 단체가 일할 수 있도록 계속 도움을 주려고 한다. 적은 직원이 아일랜드 전역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빠듯하지만, 클란 크레도는 금융운용 총액의 10% 미만으로 해외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라 한계가 있어 아주 활동적이진 못하지만 소액금융기관에 초점을 맞추고 슬로바키아, 코소보,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등의 나라들과 파트너쉽을 가지고 있다.
· 슬라이고 민속 공원
이 지역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지역 문화를 소개하고 과거 모습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에겐 역사 교육과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곳은 정부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있고, 관광객 수입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 일자리와 상점 및 숙박시설 등의 파생사업도 창출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 스피트팩
대형 수퍼 마켓에서 포장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이다. 숙련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다.

· 반타스틱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이다. 5-60대의 차량을 가지고 더블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만 명이 이용한 아주 성공적인 사업이다.

· 마을 공동체
도시보다 농촌에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고자 모인 공동체이다. 7-8년간 대출을 받았으며, 마을 내에 회사, 병원, 기업 센터 등이 생겨났다.

· 라스모어 사회 행동
고등학생이 운영하고 있는 단체로, 사회적 필요를 맞추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일랜드는 정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전국적인 공공지출이 감소되어 의지만큼 투자가 이루어지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업률이 높아진 만큼 일자리 및 서비스 확보를 위한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기업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고, 사회적 금융의 수요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출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향상된 사례도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들은 오히려 사회적 금융이 증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태국의 사회적기업 상황
태국 아이폰 온라인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건강정보 어플리케이션인 ‘닥터 미’를 개발한 곳은 다름아닌 사회적기업 ‘체인지 퓨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개발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체인지 퓨전은 이미 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현재 태국에 생겨나는 많은 수의 사회적기업들은 풀뿌리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분야가 좁고,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태국은 ‘사회적 기업 진흥 위원회’라는 정부, 민간 및 지역사회단체로 구성되고 총리가 주관하는 위원회를 두고, 사회적기업을 전담하는 사무소 TSEO 주도하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소셜 마케팅과 교육, 사회적기업의 역량 구축, 그리고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5개년 종합 계획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단계적 성장을 거듭하는 체인지 퓨전
‘체인지 퓨전’은 태국 외에도 네팔을 비롯한 서아시아 지역의 30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어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해주는 사무국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아시아를 공동 설립하여 서아시아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사회적기업들과도 협력한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체인지 퓨전은 이 세 단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각각의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창업을 시작하는 ‘종자’ 단계에는 ‘UnLtd 태국’에서 초기자금 투자를 포함한 역량 구축 및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두 번째 ‘성장’ 단계는 ‘체인지 벤처스’라는 투자 지주 회사를 만들어 초기 성장 단계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규모를 확대하는 세 번째 단계를 지원하는 지방 및 지역의 투자 펀드는 2012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사회적기업이 생겨나면 후에 지원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회적기업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초기부터 사업을 확대하는 단계까지 지원하도록 발전시킨 것이다. 처음엔 지역펀드를 2,000달러 정도의 작은 보조금 형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조금이 아닌 투자의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투자 받은 것을 토대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Opendream
기술 분야의 사회적기업이다. 웹/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한다.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조류독?같은 유행하는 질병을 관리, 예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7세 정도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회적으로 적합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 풀뿌리 혁신 네트워크
소규모 유기 농업 방식을 권장하고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 유기농 재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500가구 이상을 지원하고 800에이커의 유기농 농업 지대를 조성했다. 공정무역 유기농 쌀 농장과 연계하여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태국에 가장 적합한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펜숙
태국말로 ‘행복’이라는 뜻이다.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저비용의 통합적 보건 관리 시스템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건강식을 연구하고 있다. 총괄적인 건강 관련 솔루션을 제시하지만 주로 예방 관련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다. 태국의 약값이 굉장히 비싼 편인데, 저렴한 약을 공급하고 있어 인기가 많다.

· 욱-파이-던
10대 임신 문제가 아시아 1위인 태국은 정부에서도 관련 문제에 대한 홍보 활동에 열성적이다. 욱-파이-던(태국말로 ‘산책’이라는 뜻)은 이런 사회적 이슈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연계한 사회적기업 영화사이다. 미국의 ‘참여 언론사’에서 영감을 받아, 지역 NGO들과의 파트너십을 이용하여 10대들의 성과 임신 문제를 다룬 영화를 제작했다. 이 라는 영화는 최근 몇 년간 손익분기점을 넘김 첫 사회 이슈 독립영화가 되었다.
19살, 대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적기업에 뛰어든 수닛 쉬레스타는 어린 나이에 이 일을 시작한 것의 장단점을 강조했다. 젊기 때문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풍부했고, 멘토와 고문기관의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인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되어 받은 지원과 다양한 파트너십 덕분에 사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던 것처럼, 체인지 퓨전이 지원하는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적은 자본으로도 좋은 효과를 얻는 모습은 다른 파트너들과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좋을 것이다.

패션의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오르그닷
세계 3, 4위를 다투는 패션산업은 전지구적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소비되는 의류는 매년 1조 달러에 이르고, 제조와 유통에 사용되는 농약과 화학물질, 물과 화학연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제 옷이 단순히 아이템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개념에서 착안해보자면, 이것이 윤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면, 우리 삶의 방식 전체를 윤리적으로 견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거대한 산업에 윤리적 가치를 담아보자는 당찬 포부로 설립된 한국의 ‘오르그닷’은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패션’이라는 슬로건 아래, 꾸준히 성장 중이다. 김진화 대표는 환경과 노동, 디자인과 혁신, 그리고 다양한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의 가치를 중심으로 오르그닷의 비전을 설명했다.

오르그닷의 성장 3단계
앞서 체인지 퓨전이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를 3단계로 분류한 것처럼 오르그닷의 역사도 3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초기에 친환경 유니폼과 단체복을 제작했던 것은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친환경적이며 트렌디한 스타일의 제품을 디자인, 제작, 판매했던 2단계를 거쳐 현재는 독립 디자이너들과 적정 임금을 지급받는 봉제장인들이 만나 건강한 ‘패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기별로 살펴보자면, 2009년 야심 차게 준비한 오가닉 매장이 실패로 돌아가고 한국에서 오가닉사업은 시기 상조라 판단했을 무렵, 사회적기업 투자기업 Sopoong 에서 투자를 받게 되었다.
 
   Sopoong의 멤버 한 분이 사외이사로 협력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투자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소셜벤처대회에서 상금을 받았고, 현재는 지식경제부의 지역연고 산업 육성사업에 채택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의 올바른 투자에 대한 고민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회적기업에 상금이라는 지원방식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1회성에 그치는 상금제도는 사회적기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어렵다. 또한, 초창기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은 인건비 위주의 지원이었다. 모든 초기 단계의 기업은 CEO가 최고의 영업사원이 되어야 하는데, 인건비에 집중한 지원은 오히려 사업이 정비되기도 전에 많은 인력만 고용하도록 한다. 따라서 사업을 키우고 제대로 모양새를 꾸리기도 전에, CEO는 인력 관리만으로 지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타이밍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정확한 부문에 대한 지원이다.
또한, 한국의 사회적기업 지원 단체들은 각각이 집중하는 분야에 관해서만 갇혀있고 큰 비즈니스 플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지원단체들 각각의 전문성을 매개하고, 누군가 큰 그림을 그리며 코티네이팅을 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제안 받고 발주자가 창업을 시작하면 정부가 정책으로 지원하고, 시민사회적 단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교육하고, 모태 펀드가 붙어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총체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연사스케치 _ 최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