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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점] 강산은 변해도, 마음은 변하지 않은 홍대점 3인방의 10년 이야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과 산조차 변한다는 뜻이지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변치 않는 열정과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 홍대점을 지키고 있는 활동천사가 홍대점에는 세명이나 있습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은 너무 따뜻해진 1월 19일, 지하에 위치해있지만 어느 매장보다 환하게 밝았던 아름다운가게 홍대점에서 그 주인공들을 만났습니다.

취재 : 아름다운가게 24기 인턴 고지인
 

 
Q1. 먼저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된 계기와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세일 활동천사 : 글쎄요,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활동천사로 지원하기 전에 아름다운가게의 운영 방식이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남달리 절약정신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물품을 재사용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아름다운가게의 이런 시스템이 저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실제로 활동하면서 늘 적성에도 맞고 그냥 즐거웠어요. 그래서 10년이 지난 줄도 모르고 몰두한 것 같네요.

김종옥 활동천사 : 저는 삼선교점 활동천사 대표님께서 소개해주셨어요. 친구의 형부가 활동천사 대표셨는데, 그 친구랑 홍대점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시작했죠. 역시 아름다운가게의 활동 취지에 공감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소경희 활동천사 : 2004년 중앙일보에 기재된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어요. 홍대점에서 유명한 명사들이 기증하고 판매하는 걸 봤죠. 솔직히는 처음에는 그분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활동을 결심했어요. 그러다가 손님을 만나고 물건을 판매하는 게 즐거워 보여서 활동을 시작했죠. 친구랑 같이 전화해서 교육 수료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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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즐겁게 활동한다는 오세일 활동천사


 
Q2. 10년의 활동천사 기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세일 활동천사 : 기증품에 대한 것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가게에 오면 기증하고 싶은 게 많아지거든요. 저는 아파트에 살면서 재활용 수거 날 버려지는 그릇들이 굉장히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깨끗한데 사용하지 않는 그릇들은 따로 챙겨서 씻고 소독해서 기증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이웃들이 좋은 곳에 쓰라며 그릇이며 안 쓰는 물건을 갖다 줘요. 제가 아파트 부녀회에서 활동도 하기 때문에 제가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인 걸 아는 주변사람들이 우리 집 문고리에 기증품을 걸어놓고 갈 때도 있었어요.

또 소소하지만 제가 바느질이 취미인데, 앞치마나 옷이 찢어지면 수선도 많이 해줬어요. 나는 재미로 하고, 특별히 도와준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고마워하니까 더 뿌듯했어요.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기억에 남는 손님은 손주 손 꼭 붙들고 오던 할머니에요. 저희 먹으라고 음료수를 항상 사오셨어요. 그게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김종옥 활동천사 : 단골 구매천사님들이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매장에 매주 오시는 분이 있었어요. 나중에는 단순하게 손님이 아니라, 안부도 묻고 친구가 되었죠. 같이 노래방에 가기도 했어요. 수고한다고 노래방 요금도 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희 홍대점은 활동천사들끼리도 그렇지만 구매천사님과의 친밀감이 상당히 높아요. 가족같이 친밀하게 잘 해줘서 활동에 보람까지 느끼죠. 고구마를 쪄와 수요일 팀원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부러 우리 얼굴 보러 오는 거죠.

소경희 활동천사 : 모든 게 다 신기해서 하나만 딱 떠오르는 건 없어요. 10년 시간 모든 게 다 특별하니까.



Q3
. 자원활동 중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리고,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세일 활동천사 :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어렵다고 얘기하기보다 속상한 건, 일부 소수의 손님이 물건을 몰래 가져갈 때가 있어요. 단순히 지키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니 괜히 속상해지기만 하죠.

김종옥 활동천사 : 저는 남자 직원이 많은 곳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했어요. 그게 절 강심장으로 키운 것 같네요. 저한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물론 손님들 때문에 가끔 속상할 때도 있지만 내 본분을 다하면 되는 거고 상대를 높여준다는 마음으로 봉사정신을 발휘하면 돼요. 울컥하기보단, 내가 아름다운가게의 얼굴이다 생각하고 아름답게 대처하면 되는 거죠. 나는 마음 부자다라는 마인드로 하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아요.

소경희 활동천사 : 손님과 소통이 안 될 때가 가장 속상해요. 정해진 규정을 따라주시지 않을 때 가 있는데 그럴 때 섭섭함을 느끼죠.저 하나의 실수가 가게 전체에 피해가 될까 그런 상황에서 더 조심스럽게 해결하려고 해요. 최대한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가게의 규정을 설명하고 설득하죠.



 l 마음부자다 라는 생각으로 활동하는 김종옥 활동천사


 
Q4.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오세일 활동천사 : 제가 아름다운가게를 워낙 좋아하니까요. 지금 봉사를 5군데에서 하고 있는데, 제 마음속 1번은 항상 아름다운가게에요. 좋은 인연도 만나고, 보람도 느끼고, 그냥 활동 자체가 의미 있고 좋아서요.

김종옥 활동천사 : 많지는 않지만, 4시간의 투자로 아름다운가게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쭉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에요.

소경희 활동천사 : 여기 오면 그냥 좋아요. 물건 정리하고, 사고, 팔고, 응대하는 모든 게. 필요한 물건은 싸게 사면 보람 있고, 수익금도 좋은 일에 쓰인다는 걸 알고 뿌듯함을 느끼죠. 한 번도 활동을 멈출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10년 동안 제 모든 스케줄의 포커스는 가게였어요. 월요일 오전은 무조건 홍대점으로 간다, 다른 약속은 안 된다, 이런 식으로요.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다면, 가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답하고 싶네요. 학점 때문에 활동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이 있어요. 그런데 학점을 채우는 활동이 끝나도, 정기 활동천사로 다시 매장에 오는 걸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l 특별한 매력이 있는 홍대점의 모습



 Q5. 활동천사 선배로서 활동천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세일 활동천사 : 봉사는 권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본인 스스로 활동에 대한 마음이 있으면 어떤 것인지 설명은 할 수 있겠죠. 봉사를 권유한다기보다는 설명해주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예비 활동천사님, 마음이 움직이면 몸도 움직이세요!

김종옥 활동천사 : 봉사는 나 자신이 행복해야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봉사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고요. 그게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봉사는 정말 즐겁고 행복한 활동이라고 전하고 싶어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고, 상대가 나를 무시한다거나 해도 상대를 높여주면 나의 보람으로 되돌아온다는 것도 알아 가면 좋겠어요.

소경희 활동천사 :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해요. 일손이 부족해서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어서 기쁘게 해야 손님들의 불평불만도 수용이 가능해져요. 최소한 아름다운가게에서 만이라도 선해지려고 하죠. 누군가에게 나의 말과 행동이 가게 전체의 이미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건 봉사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곤란하다는 거에요. 내가 이 자리에서 열심히 봉사자로서 일할 수 있을 뿐이지, 특정 권리로 적용하면 안 돼요.


 
 
Q6.
아름다운가게에서의 활동을 기준으로, 10년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세일 활동천사 :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나이를 먹은 거죠. 제가 활동을 시작한 게 50대 후반이었는데, 올해로 70대가 되었으니 가게와 함께 늙었다고 볼 수 있죠. 오래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은 봉사는 한 가지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하다 보면 2-3가지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는 하고 싶은 마음이 10년이 지나도 여전해요.

김종옥 활동천사 : 예전에는 사람들이 남이 입던 옷을 안 입었어요. 가게 초창기에는 손님도 별로 없었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죠. 왜 헌 것을 사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10년 지난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어요. 안 쓰는 것이라고 못 쓰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안 쓰는 물건을 기부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해요. 손님들의 마인드가 달라진 것도 큰 차이겠네요. 저렴한 가격에 소소한 행복을 가지고 매장을 나가시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처음에 봉사할 때는 물건을 하나도 안 샀어요. 왠지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지금은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물건을 교환한다고 인식이 전환돼서 물건을 자주 사고 있어요.

소경희 활동천사 : 물자를 아끼자는 생각이 가장 크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음식 남기는 것도 잔소리해요. 종이컵도 쓰지 말자고 가족들한테 권유하기도 하죠. 남이 쓰던 건 금기시하는 우리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도 강조하고 싶어요. 나한테 불필요한 것이 남에게는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l 10년동안 꾸준히 활동중인 소경희 활동천사



Q7. 다른 매장과는 다른 홍대점만의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오세일 활동천사 : 우리 홍대점은 교통편의가 최고에요. 홍대입구역 8번출구랑 연결되어 있지, 버스정류장도 가깝고 많지. 무엇보다 활동천사님들 간의 우애가 남다르죠. 다들 오래 활동해서 그래요. 우리들의 끈끈함이 손님들에게도 따뜻하게 전달될 거라고 믿어요.

김종옥 활동천사 : 다른 매장에 비해 친절함이 최고죠. 우리 홍대점 활동천사님들은 그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은 분들이 모인 곳이라는 자부심이 강하죠.

소경희 활동천사: 사실 홍대점은 서울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이에요. 지하매장이라 공기가 안 좋거든요. 근데 전 홍대점이 좋아요. 아담하고,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고, 끈끈한 유대감이 있거든요. 화기애애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매장이죠. 




 l 끈끈한 유대감이 넘치는 홍대점



Q8. 아름다운가게가 13년이 되었는데요, 13살 된 아름다운가게가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까요

오세일 활동천사 : 이대로 계속 발전해나가면 좋겠어요. 수익금이 꼭 쓰여야 될 곳에만 잘 쓰였으면 좋겠고, 본부에서 꾸준히 연구해주길 바랍니다.

김종옥 활동천사 : 구매하시는 분의 중요성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구매천사가 없으면 가게의 존립도 없으니까요. 구매하시는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다 더 표현하면 좋겠어요. 사실 성장이라는 건 매출 상승을 의미하잖아요. 우리 가게에서는 성장의 의미가 매출보다도 질적으로 알찬 부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외부에서는 가게의 지점 수가 얼마인지, 매출을 어떻게 쓸 건지 궁금해해요. 기부천사들의 자부심 갖도록 아름다운가게의 건전성과 꾸준함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소경희 활동천사 : 확실한 건, 예전보다 가게 규모가 커졌고 물건도 많아졌고, 찾아주시는 분도 많아졌다는 거에요. 아쉬운 건 예전의 소박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말고 투명하게, 또 겸손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가게가 변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Q9. 10년동안 함께 해 온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준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건가요

오세일 활동천사 : 우리 있을 때까지 같이 함께 하자. ‘함께’라는 말 자체가 너무 좋다.

김종옥 활동천사 :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건강할 때까지 같이 하자. 봉사라는 게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잖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탈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어.

소경희 활동천사 : 참 세월이 빠르다. 그동안 참 너무 즐거웠고, 앞으로도 끝까지 계속 같이 했으면 좋겠다.


Q10. 마지막으로 세 활동천사에게 ‘아름다운가게’란

오세일 활동천사 : 나와 함께 하는 10년 지기 친구.

김종옥 활동천사 : 행복을 주는 곳.

소경희 활동천사 : 제 생활의 활력소, 재충전하는 곳.




 l 활동천사들에게 친구이자 행복을 주는 홍대점



[ 변치않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오세일, 김종옥, 소경희 활동천사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가게 홍대점 ]



2003년 12월 12일, 아름다운가게의 열 번째 이야기가 된 홍대점은 홍대입구 전철역 8번 출구와 이어진 미래프라자의 지하 한 켠에 자리잡은 작지만 넉넉한 공간이다.

l 근무시간 월요일~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휴무)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l 전화번호 02-335-6040
l 주소 121-753서울 마포구 양화로 166 미래프라자 지하 1층
l 위치정보 2호선 홍대입구역 8번출구 서교초교방면, 미래프라자 농협 지하1층
  지하철 : 2호선 홍대입구역 8번출구
  버스 : 271, 602, 603, 604, 273, 760/ 7612, 5712,5714, 6712,7016,7711,6716 홍대입구역 하차
  기타 : 동네 마을버스 09번, 1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