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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보물을 발견하는 ‘디자이너 박연진’

‘사람, 숲이 되다’ Interview Project 1
지구의 보물을 발견하는 ‘디자이너 박연진’
 


(캔으로 만든 박연진 작가 작품)
지난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에코파티 메아리 인사동 매장에서 3명의 그린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있었다. 자연과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지구를 꿈꾸며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주제로 3명의 작가들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래서 전시를 보자마자 이번 전시 작가분들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고, 매니저님께 도움을 요청해 전시 마지막 날에야 만나뵐 수 있었다. 박연진 작가와는 고즈넉한 인사동 어느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함께 나누며, 인터뷰자리라기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유잔(이하 잔)> 안녕하세요?
제가 작가님을 이렇게 찾아 뵌 이유는 그린아티스트(=그린디자이너) 100인을 찾아 인터뷰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제가 100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요?

박연진 작가(이하 연)>
네. 저는 분명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작업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지만 자기 겸손으로 인해 말씀 안하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거에요.


잔> 용기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작가님을 처음으로 인터뷰하는 것이어서 부족하지만 이해해주세요.
그럼 작가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연>
인터뷰라고 해서 많이 긴장됬는데 만나뵙고 나니 왠지 편안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주얼리 금속공예를 전공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소재의 범위가 넓은 아트 주얼리에 재미를 느껴서 작업을 해오다가 재활용 소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전시된 것 중에 나뭇잎 보셨나요? 처음에는 종이박스 옆면의 결에 흥미를 느껴 작업을 시작해서 캔 등 여러 재료로 확장시켜가고 있습니다.


잔> 네. 봤어요. 이번 전시 설치작업 흥미롭게 봤습니다.
전시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어떻게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연>
2년 전 일본 유학시절에 일본에서 에콜로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참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처음 재활용 캔으로 한 작업을 선보였었고, 이번 전시는 그 작업을 발전시켜 전시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일본에 있을 때, PEN이라는 잡지에서 각 나라의 에코디자인브랜드를 알리는 기사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에코파티 메아리에 제 작업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이렇게 전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잔> 어쩐지 처음 작가님을 뵈었을 때 일본분위기가 많이 난다 했어요 . 그럼 일본어 아주 잘하시겠어요.
다른 나라도 많이 다녀보셨나요 (우리가 만난 인사동에서 꿀타래를 파는 아저씨들이 일본말로 계속 말을 걸어 웃고 지나친 일이 있었다.)

연>
주위에서 일본 사람같다는 애기 많이 들어요. 일본어는 잘은 못하구요. 여행은 아시아의 필리핀,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들을 많이 다녔어요.


잔> 저는 늘 북유럽쪽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더라구요.
호주나 뉴질랜드는 워낙 경치가 좋아서 마음 뿐만아니라 삶의 방식자체가 여유로워 진다던데. 여행 다닌 나라들은 어떠셨나요.

연>
외국에 나가보면 여유로움이라는 게 자연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도심은 어느 나라든지 서울처럼 다 복잡하지만,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그 나라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확실히 외국을 가보면 복지가 잘되어있어서 그런지 시민들의 환경의식도 발달해 있고, 길가에 쓰레기가 거의 없어요.


잔> 우리나라도 그러면 좋을텐데 길가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그냥 함부로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연>
저도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우리 주위에 가까운 쓰레기문제처럼 디자이너의 역할은 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발견을 해야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마련한 나무그늘)
잔> 지난 주말에는 워크샵도 하셨던데 그때 제가 참가를 못해서 너무 아쉬었어요.
워크샵이나 전시에서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연>
전시가 처음이어서 앞으로 발전시킬만한 것들을 알 수 있어 뜻 깊은 전시였어요. 제가 매장 입구에 설치작업으로 나무형태를 만들었어요. 전시에 오신 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계실 때면 나무아래서 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아이들이 앉자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놀기를 속으로 상상해봤었는데, 실제로 그곳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장면을 보니 많이 기뻣어요. 아이들이 제 작업을 만지면서 숨은그림찾기처럼 즐겁게 놀 수 있기를 바래요. 재미있게 만지작거리며 놀면서 쓰레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환경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잔>맞아요.
환경교육도 이런 체험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연>
네. 환경보호라는 인식 자체가 주입식으로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느끼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어느 날 조카아이들의 자기들이 먹고 남은 캔들을 가지고 와서 ‘이모 나도 만들어줘~’ 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어요. 예전부터 내가 작업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다 보니까 아이들의 눈에는 ‘이것들은 그냥 쓰레기가 아니네. 이것이 재미있는 동물들로 바뀌네’ 라고 캔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거죠. 내가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안해도 작업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가족들이 변화된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도 이쁜 캔이나 물건을 보면 저를 주려고 가지고 오곤 하세요.


잔> 가족들도 이렇게 지원해주시고 정말 부럽네요.
그리고 저는 일반적인 재료보다 재활용 재료로 작업하기가 더 힘든거 같아요. 가공시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이것이 과연 환경에 덜 해를 끼치느냐, 아니냐’ 라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 등 여러가지가 있어요.

연>
저는 재활용 재료로 작업을 하면서 ‘환경에 부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면 안돼’ 라는 룰을 엄격하게 만든 것보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작업을 해나가면서 그 속에서 ‘내가 앞으로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접착제를 덜 쓰고, 이렇게 하면 좀 더 낫겠구나’ 라고 점차 방법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잔> 작가님은 작업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요?
연>
저는 제 주변의 작은 것들, 예를 들어 길가의 화분에 할머니들이 꽂아두는 요구르트병 같은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숨겨진 소소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잔> 작업에 대해 좀 더 애기해주세요. 계속 환경에 관련된 작업을 해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연>
일본에서 전시를 하면서 부터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디자인이 포화상태인 소비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어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트렌드를 쫒아가기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재료를 돌아보며, 캔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프린트에서 매력을 느꼇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믹스 & 매치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반듯하게 만들어진 디자인재료보다 버려진 것에서 볼 수 있는 제멋대로 생긴 모습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제품이 재활용이지만 충분히 예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없으니까 말이에요.

(폐현수막으로 만든 방명록을 들고 메아리 식구들 모두 함께 기념사진 한 컷)
잔> 그럼 그린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
저는 그린디자인이라는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쉽게 접근했어요.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 내가 살아가는 주변의 버려진 재료를 발견해 내서 작업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보답인 것 같아요.


잔> 작가님이 생활속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들을 알려주세요.

연>
그냥 저는 뭘 지키려고 의식하기보다 생활속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쓰레기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 등이죠.

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전시 마지막 날이네요.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하실지 궁금해요.

연>
사실 제가 사는 곳이 부산이에요. 전시 때문에 잠시 서울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데, 전시가 끝나면 돌아가서 제 작업실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앞으로 작업들을 선보이려고 해요. 지금 하려고 구상중인 것은 ‘모미모미’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모미모미’란 말은 일본말인데 한국어로 풀이해보면 ‘만지작 만지작, 주물럭 주물럭’ 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의 할머니, 조상들이 일상 생활에 이것저것 만물을 만들어주시던 기억에서 출발했어요. 여러 물건들을 만지작 만지작하면서 만든 작업과 함께 글도 함께 써보려고 해요.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손으로 만져서 안 예뻐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한발짝 한발짝 계속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박연진 작가의 작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ssagaji9199@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