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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오영순 활동천사

아름다운가게 3호점으로 출발한 독립문점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이번 가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을 기억하고 싶어서, 매장이 정리되기 전에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독립문점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활동천사님의 입술로, 지난 12년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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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이 개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한, 오영순 활동천사입니다.

나이는 좀 많아요. 아마 아름다운가게 아니면 받아 줄 수 없을 거에요^ ^ 결혼 전까지는 공무원으로 있었고요. 결혼 하고 나서도 첫 아이 낳을 때까지 계속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신촌에 살면서 성당과 주민센터에서 봉사했죠. 그러다 독립문 쪽으로 이사오면서 봉사는 당분간 쉬려고 했는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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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름다운가게가 나에게 왔어요

온라인 모임으로 알게 된 선생님이 안국점 활동천사로 계세요. 어느 날, 독립문점이 개점해서 활동천사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말씀이 마음에 계속 남았죠.
집으로 가는 길에, 인테리어 공사 중인 독립문점을 봤어요. 활동천사 모집 포스터도 붙어있었고요. 쉬려고 했던 마음은 없어지고, 자원활동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참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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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

아주 예전 일이에요. 구매천사님 한 분이 천 원 짜리 핸드백을 사가셨어요. 그 분이 집에 가서 보니, 그 속에 2만원이 들어있었대요. 그 2만원을 가게에 돌려주셨어요. 샀던 핸드백도 기증을 해주시고 가셨어요. 그때는 그저 고맙다고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정말 고마워서 개인적으로라도 커피 사드리고 얘기 나눠보고 싶더라고요. 아름다운가게 홈피에 그 분을 찾는다고 광고도 올려봤는데 만날 수 없었어요.홈페이지에  제 이야기가 실리면, 만날 수 있을까요? 하하하.


2003년 4월 17일부터 2015년 9월 22일까지

​그 동안 자기만족으로 활동했어요. 자원활동을 함으로써 제가 가지는 그 만족감으로 여기까지 온거죠. 제가 활동천사 중에서 연장자다 보니까, 점장(대표 활동천사)로 뽑혔어요. 그 책임감으로 일주일에 두 번 활동하기도 했고요. 봉사는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 마음으로 했죠.
또 함께 하는 활동천사님들이 저를 연장자라고, 점장이라고 굉장히 믿고 따랐어요. 활동 시간 이외에도 만나서 다같이 먹고 놀며, 화합이 잘 되었어요. 친목으로 다져진 또 하나의 가족이죠. 원년멤버가 저까지 총 4명이 있어요. 서로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만 뒀을지도 몰라요. 그만큼 끈끈하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어요. 
활동하는 시간을 제 스케줄에 맞출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죠. 수강하고 싶은 강좌와 활동시간이 겹치는 경우, 자원활동을 다른 요일로 변경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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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천사는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으로,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요

활동천사는 책임감과 봉사심은 물론,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봉사도 잘 할 수 있고, 그 봉사가 사회에 따뜻함으로 비춰져요. 활동천사로 있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해졌어요.
저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인생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왔어요. 대학생 활동천사들이 자원활동을 올 때, 선배 활동천사로서 항상 얘기해줘요. “자원활동 하고 나면 진짜 인생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져요.” 라고요
​독립문점 활동천사들은 인사를 참 잘해요.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하는 인사말이 입에 배어들었죠. 자원활동 전부터, 제가 어딜 가서든 인사를 잘했어요. 마을버스를 탈 때라도 항상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내려요. 일하는 사람과 손님이 주고받을 수 있는 참 아름다운 말이잖아요. 아름다운가게에 어린 구매천사들도 와요. 그럼 “우리 인사하자"고 가르쳐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 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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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이 오영순 활동천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아름다운가게 다른 지점으로 옮겨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독립문점과 이별하는 아쉬움이 너무 커서, 좀 쉬고 싶어요. 쉬다가 봉사를 안 할 것 같아요.  영원히 독립문점을 그리워하려고요.
​활동천사 이외의 다른 봉사활동이요? 아직 못 찾았어요. 몇 군데 알아봤는데, 나이제한 때문에 안되더라고요. 몇 번 그러고 나니 '(아직 알아보지 않은) 다른 곳에서도 안받아주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봉사는 이제 접으려고 해요.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이 다시 생긴다면 다시 할 생각 있고요. 아니라면 이제는 그만하려고요. 많이 아쉽죠. 그래도 제가 그만둔 게 아니라, 지점이 닫는 거니까 괜찮아요.
이제 남는 시간에는 더 배워보려고요. 하모니카와 기타를 정말 배우고 싶어요. 탁구와 댄스스포츠도 해보고 싶었고. 아직 건강하니까, 이것 저것 더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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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는 제 삶이었죠

친구들과 모임을 하다가도, 활동시간인 오후 2시에 와야 되잖아요. “아, 나 이제 가야 해.” 라고 하면 친구들이 가지 말라고 해요. 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으면서 자리를 뜰 만큼, 제 삶에 자원활동이 깊숙이 들어와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밀어내야겠죠? 독립문점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또 그리워하겠죠. 비록 활동천사는 그만두지만, 그 로고만 봐도 반가워요. “아름다운”만 들어도 반갑고요. 그만큼 제 안에 깊숙이 들어와있었죠.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 사랑해요. 
제가 시를 써요. 필명은 오혜린이에요. 한행문학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아 2010년 등단했어요. ‘채워지지 않은 내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시집을 냈고요. 처음에는 막 쓰고 그랬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부끄러워요.
​그렇지만 독립문점을 떠나는 마음의 여운이 크게 남아서, 시를 한번 써봤어요. 이 시를 통해 여러 사람들이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과 그 곳에 머물렀던 모든 사람들, 추억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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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사용과 나눔으로 활기 찼던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 오영순 활동천사님의 바른 마음가짐과 따뜻한 손길로 지금까지 빛날 수 있었습니다. 독립문점을 그리워하는 시까지 써주시다니, 작별 인사도 참 아름다워요. 앞으로 어디 계시든 맘껏 배우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가게 이용 TIP

폐점 소식에 이웃님들도 많이 아쉬우시죠? 독립문점 인근에 안국점이 있으니 자주 찾아와주세요^ ^ 책을 좋아하시면, 도서전용공간인 세종로책과나눔, 광화문헌책방을 추천해드립니다. 또한 새로운 매장들도 개점하고 있답니다! 서대문구 최초의 매장, 서대문가재울점이 지난 9월 북가좌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다음에 소개해드릴게요!

취재기자 박정현, 편집기자 윤한솔아름다운기자단 3기

아름다운가게의 자원활동가님들의 아름다운 소식을 전달하는 아름다운기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