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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씨앗편지] 9. 품앗이가 가져다 준 나눔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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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품앗이가 가져다 준 나눔과 행복

'이순임 선생님의 이야기’ 도봉문화정보도서관 관장

도봉동의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동네 왕언니로 불리는 도봉문화정보도서관의 이순임(햇살)입니다. 이렇게 나눔씨앗편지를 통해 아름다운가게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위의 사진이 퍽 오래되어 보이죠? 벌써 15년 전 사진이네요. 사진 속 아이들은 어느덧 멋진 청년들이 되었고 저는 그때보다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변화이겠죠?

예전에 동네 할머니들이 ‘아이들 키울 때가 가장 좋을 때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정작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15년 전 동네 엄마들과 이것저것 계획하고 활동할 때가 가장 힘과 패기가 넘치며 신나고 즐거웠던 청춘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 행복했던 시절을 동네에서 교육 품앗이 형태의 작은도서관운동으로 저의 아이들과 동네 아이들을 함께 키웠습니다.

나누며 신나는 교육품앗이

다섯 아이를 키우며 시댁 식구들과 대가족 꾸려 쳇바퀴 도는 듯한 살림에 지쳐가던 1997년. ‘책도 같이 읽고, 품앗이 활동도 하면서, 아이도 잘 키워보고, 서로 도움이 되는 발전적 관계’로 만날 나와 같은 동료 ‘아줌마’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것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아줌마, 인사도 잘하고 남의 아이도 예뻐하는 친절한 아줌마, 흉 들추기보다는 남의 입장을 고려하는 이해심 많은 아줌마, 맛있는 것 있으면 불러서 같이 먹으려는 인간미 넘치는 아줌마, 남 잘 되는 것에 배 아파하지 않고 남의 불행에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진국 아줌마.

감사하게도 이런 멋진 분들을 알게 되어 지식 나눔 품앗이, 살림 품앗이, 반찬 품앗이, 남편 참여 품앗이, 중학교 품앗이, 생일 품앗이 활동 등으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엄마 노릇에 몰입하며 세상 공부에 푹 빠져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엄마 모두 함께 동네 관계망을 짜고 찬란한 날들 속에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죠.

‘돈으로 안되는 게 있고 돈 없이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사회란 죽이면 살아나는 게임 방식이 아니라 공생과 관계 속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여럿이 얘기하면 쇠도 녹인다’는 이런 삶의 방식을 말이죠.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이 다 말해왔던 것처럼요.

품앗이 정신으로 운영되는 도서관 ‘초록나라’

자신의 아이만 바라보던 엄마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내 아이를 잘 키우려면 남의 아이도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삶터 가꾸기’, ‘공동체 이루기’, ‘치유와 성장하기’라는 우리가 함께한 가치들이 있었습니다. 가슴 뜨겁게 그렇게 함께 아이를 키우고 형제자매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고, 사회적 가족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할 수 없음을, 그래서 열심히 자신을 돌보고 자식을 돌보고 이웃과 함께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러한 작은 시간이 이어져 어느덧 저는 도서관 관장까지 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 기억을 근간으로 지금껏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서관 운동의 목적은 기쁘게 인생을 경험하고 배우는 데 있습니다. 품앗이 정신은 오늘도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우리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나의 자식들과 손주들, 이웃의 자식들과 손주들이 서로의 따뜻한 호혜의 관계망에서 자손만대로 번성하길 바라는 마음. 그 시절 나에게 덕담을 건넸던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모두 행복하시길 오늘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