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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씨앗편지] 10. 소통과 놀이로 변화되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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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통과 놀이로 변화되는 교실

'박재준 선생님의 이야기' 서울 공연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 대표팀의 투혼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2018년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월드컵, 아시안 게임까지 말 그대로 빅 이벤트의 연속이었습니다. 세 대회 공통적으로 국민들은 경기 결과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진정성'에 환호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시민성의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멋진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고 있는 우리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지 나눔씨앗편지를 통해 몇 가지 사례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같이 살래요

학생들은 학교 공동체를 통해 ‘관계’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친구 관계, 선·후배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말과 행동을 다듬어 갑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우리 사회에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비이성적인 혐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혐오와 막말은 아이들에게도 향해있습니다. 우리 학생들 스스로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마을의 음식점, 병원, 학원, 지하철역 등등을 찾아가 ‘초등학생의 불편한 행동’을 인터뷰하고 공익포스터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했습니다. 또, ‘우리 이렇게 행동하자’라는 서명캠페인을 실시하여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바른 행동을 제시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평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마을 구성원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섯 점의 기적

‘사라진 누군가의 눈’ 이라는 기사(sbs, 2017.4.26.)에서 도시 미관을 이유로 점자 블록을 없애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매년 장애이해교육을 받고는 있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주변의 장애인 시설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을에 설치된 장애인 시설을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직접 고쳐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특히 장애물 없는 환경)을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와 마을의 접근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또, 건물마다 설치된 엘리베이터에 표기된 점자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몇몇 아파트의 점자표기가 잘못됨을 확인하고 학부모님과 함께 이 사실을 관리 사무소에 알리며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작지만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한 아이들의 어깨가 쓱 올라간 수업이었습니다.

 

하얀조끼

시리아의 민간구조대 ‘하얀헬맷’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접했습니다. 자신의 생업을 접어둔 채,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폭격현장에 뛰어드는 영웅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작지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학생들에게 ‘하얀조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얀 조끼를 입은 날에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도움을 주는 하루를 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마치 슈퍼 히어로의 슈트를 입은 것처럼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통제하고 지시해야하는 대상에서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대상으로 바뀌어간 이상과 같은 수업을 통해 교사인 내가 성장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사의 변화는 자연스레 교실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뿜어내는 아이들이 생각이 덧대어지며 여기저기서 소통과 놀이로 가득한 교실이 되었습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들리는 교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뿌리가 되길 바랍니다. 교실도 세상도, 학생들도 교사들도 그렇게 함께 그물코로 엮이며 아름다워지길 이처럼 현장에서 늘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