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기부자 스토리] 한번도 미납 하신 적 없는 7년 기부의 주인공, 주후녀 기부자님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7년 가까이 꾸준히 기부하고 계신 주후녀 기부자님. 그 성실하고 특별한 기부 이야기가 듣고 싶어 찾아 뵈었습니다. 처음 인터뷰 제안을 드렸을 때 그러셨던 것처럼 인터뷰 당일에도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다며 손사래 치며 머쓱하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포근한 어머니의 미소가 느껴졌습니다. 특히 주후녀 기부자님은 워낙 아름다운가게 간사로 재직했던, 아름다운가게와의 인연이 남다르신 분인지라 이날 인터뷰를 통해 기부자님의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후녀 기부자의 나눔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 재직하셨던 적이 있으셨죠, 어떤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름다운가게에서 매주 열리는 뚝섬나눔장터 있잖아요, 거기에 참여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네요. 내가 쓰지 않는 물건들을 순환하자는 그 의도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여 저마다 물건을 가지고 나와 참여하던 모습이 참 대단했어요. 큰 변화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리고 묵묵히 일하는 간사들도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사익을 포기하고 재능을 바치는 젊은이들이 정말 기특하더군요. 그리고 가게에서 책이나 옷 양이 많으면 방문 수거도 하잖아요, 수거하시는 분들이 정말 수고가 많던데 웃음을 잃지 않던 간사들이 기억나요. 기증자 입장을 잘 헤아린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무거운 걸 매장으로 직접 기증하려면 얼마나 수고스럽겠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기부자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는 아름다운가게가 되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아름다운가게 기부 참여 동기가 어떻게 되세요?
지금 제가 후원하고 있는 건 ‘나마스떼겐지스’인데요. 기부주제가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함께한 거라서 남다르네요. 당시 여기 김내은 간사가 이쪽 일 도맡아서 하면서 수고가 많았는데, (웃음) 사업 내용 들어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기후 난민들에게 우물 지어주고, 종자 나눠주고 하는 그런 거 말이에요. 삶의 터전이 갑자기 없어진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공감을 해서 시작하게 됐죠. 또 제가 아름다운가게 간사로 짧지만 회계 쪽 일을 맡아서 했으니까 가게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에 믿고 기부할 수 있었고요.


약 7년간 한 번도 빠짐 없이 기부를 해주셨어요, 나눔에 특별한 소신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아이고, 제 비결은 자동이체입니다! (웃음) 음… 제가 기부를 나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전세계 부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어서예요. EBS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이 느끼죠.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부모도 잃은 다섯 남매가 사탕수수 팔아서 겨우 빵 하나 사서 나눠먹고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저도 젊었을 때는 내 가족과 내 자식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 안정도 되었으니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죠. 내가 조금 덜 누리면 그런 절대적인 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또 소식지를 받아보면서 이런 곳에 쓰이는구나, 나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들어 더 관심이 가요. 몸으로 하는 봉사를 하면 그런 나눔의 의미가 더 많이 와 닿을 것 같아서 관심이 있긴 한데 아직 현실적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주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세요?
갑자기 삶의 터전이 없어진 사람들은 얼마나 절망적일까요. 그렇지만 꼭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EBS 다큐프라임에서 봤던 마야 관련 다큐에 나온 한 어머니가 떠올라요. 극심한 빈곤에서 살고 있지만 삶은 계속 이어지니까 희망은 갖고 살아야 한다는 그런 말을 했었어요. 그 어머니가 하는 말이 거의 철학자 수준이었는데 제가 옮기려니 말주변이 없어 표현을 못하겠네요. 아무튼 우리 모두 삶을 살아내야 하는데 희망은 꼭 가지고 살았으면 해요. 제가 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운가게에 바람이나 기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네, 제가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를 시작한 것이 어떻게 쓰이는 지 알기 때문이었다고 했지요.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단체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참 충격적이더라고요. 아름다운가게는 앞으로도 기부금 사용처도 잘 공개하고 의미 깊게 사용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기부자들이 외국 현지에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비용은 자비로 하는 원칙 하에 말이지요. 외국으로 후원을 하는 경우는 그 변화가 조금 와 닿지 않을 수 있는데 실제로 가서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시면서 대단한 이야기도 없고 말주변이 없다고 쑥스러워하셨지만, 따뜻한 마음과 나눔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내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까지 가슴에 담는 주후녀 기부자님. 직장 점심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총총걸음으로 다시 회사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글_ 아름다운가게 후원개발팀 김내은 간사/신영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