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대구 되살림터에서 자라나는 봉사동아리 ‘다원’ 학생들

가장 뿌듯한 순간은, 가격 작업한 물품을 매장으로 보낼 때
최고의 간식은, 손님이 건네주신 붕어빵

대구되살림터에 가시면, 앳된 얼굴의 청소년 활동천사님들을 만날 수 있어요. “무언가 진짜로 의미 있는 일, 모두가 ‘다’ ‘원’하는 일을 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볼까?” 고민하며 시작한 고등학생 봉사동아리 ‘다원’ 학생들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봉사 말고, 저희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가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됐어요.”

“저희가 직접 가격택을 붙이고 상자에 담은 물품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했던 물품이고 또 누군가에게 소중해질 물품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져서 힘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성인 활동가들도 한나절이면 어깨와 등이 뻐근해질 정도로 고된 노동인데, 아직 굳은살이 붙지 않은 여린 손의 청소년 활동천사들이 피피박스도 척척 만들고, 쏟아져 들어오는 기증품을 눈썰미 있게 구분해내기도 합니다.

“저의 주특기는 의류 분류입니다.”

“저는 가격 택 작업과 바코드 출력을 잘해요.”

“저는 각종 박스 옮기는 거 자신 있어요.”

매일 대구되살림터로 들어오는 수천 점의 기증품은 ‘의류, 잡화, 도서, 가전’으로 구분하고 그것은 또다시 ‘곧바로 가격작업 해서 매장으로 나갈 것’과 ‘계절에 맞게 보관할 것’, 그리고 ‘재사용이 어려워 폐기할 것’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웬만큼 숙련된 활동가들도 신속하게 척척 구분해 내는 게 쉽지 않은데 대부분의 다원 학생들은 이 어려운 분류작업을 ‘주특기’라고 할 만큼 전문성까지 갖추었습니다.

“처음에는 대구수성점 매장에서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함께 활동하던 박꽃샘 간사님이 되살림터로 옮기시면서 일손 부족할 때마다 도와드리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되살림터에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동아리 창단 멤버이자, 1기 회장 정혜연 학생이 그간의 활동 내용을 설명해 줍니다.

매장에서의 활동이 어땠는지 물으니 “손님이 찾으시는 물건을 빠르게 찾아드리거나, 한꺼번에 손님들이 몰려오셔도 어려움 없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뿌듯했고 “고등학생들이 수고가 많다며 손님들이 격려해주시고 칭찬해 주셨을 때” 보람도 크고 자부심도 생겼답니다. 매장을 방문하시는 구매천사나 기증천사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직접 기증하러 와주시는 마음은 정말 감사한 데, 기증하시기 전에 기증이 될 만한 물품인지 한 번 더 확인해주시면 좋겠어요.”, “오염이 묻었거나 세탁이 필요한 의류는 바로 재사용 할 수 없는 물품이라 돌려드리는데, 불편해 마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조심스레 생각을 표현해 주네요.

아름다운가게 봉사 중 먹어 본 최고의 간식은 뭐였어요?

“겨울에 마신 율무차요.”

“점심시간에 배달 시켜 주신 떡볶이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무더운 날 박꽃샘 간사님이 냉동실에서 꺼내준 아이스크림, 그거 먹으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매장에서 봉사할 때, 문 닫기 직전에 손님이 건네주셨던 붕어빵입니다.”

율무차, 떡볶이, 붕어빵… 특별할 것 없는 먹거리들이 이 학생들 기억 속에 ‘최고의 간식’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음식과 함께 ‘감사와 격려의 마음’마저 건네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소년들이 꿈꾸는 아름다운가게는 어떤 것일까요? 다원학생들이 가진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바람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가 더 많은 분께 알려졌으면 좋겠고, 찾기 쉬운 곳에 있으면 좋겠어요.”

“10대, 2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주는 가게가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중고 물품도 되살림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반 매장과는 달리, 고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편하게 찾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편하게 해드리는 곳이니까요.”

 

 

 

1기_정혜연(회장), 권유리, 김나연, 김지우, 김지현, 박소영, 이채린, 정다은, 하아량
2기_최연화(회장), 강다빈, 김규빈, 김민영, 김서령, 김효정, 박상은, 배지현, 이가은, 이경민, 이재은

바쁘게 한 주를 보내고 쉴 수 있는 토요일,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도 있고 공부를 하거나, 용돈 벌이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다원 학생들은 운동화 끈 조여 매고 대구 되살림터로 향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니, 하루가 즐겁고 사소한 것에도 뿌듯하고 보람 있다”는 야무진 이들은, 2019 전국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대회 단체부문에서 당당히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상의 경중을 떠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초록빛 앞치마 입고 기쁘게 아름다운가게와 동행해 준 스무 명의 활동천사들에게 “그대들이야 말고 진정한 최고”라고 엄지 척 해주고 싶습니다.

취재/정리│자원활동센터 이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