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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진짜 어른을 만나다! 조주연 박사와의 특별한 만남

"청춘, 진짜 어른을 만나다!"

씨앗기부자 곽성희 교수와 롤모델 조주연 박사의 특별한 만남

아름다운가게 보육원퇴소청소년 지원사업은 2010년 곽성희 교수가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 테마매장 씨앗기금 1억 6천만 원을 기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화창한 봄날, 곽성희 교수와 아름다운가게는 씨앗기부의 매개가 된 특별한 인연 조주연 박사를 만나기 위해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조주연 박사는 자신이 살던 군산후생원을 퇴소한 후배들에게 주거공간을 마련해주고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해 왔습니다.

#0. 프롤로그 │ 우리는 어떤 어른일까?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먹고 어른으로 불리기는 쉽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 세상의 무게에 눌려 어른을 불신하던 청년이 주인공을 향해 던진 ‘진짜 어른’이라는 대사가 한동안 화제가 됐다. 오늘의 청춘에게 진짜 어른은 과연 어떤 어른일까? 여기 청춘이 있다. 만 18살을 지나는 봄, 살던 보육원을 떠나 주거부터 생계, 학업까지 혼자만의 힘으로 오롯이 삶을 책임지며 홀로서야 하는, 민법상 성인도 아동법상 아동도 아닌 경계에 선 청춘! 누구보다 무거운 어깨로 봄을 시작하는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에 ‘짐’이 아닌 ‘힘’을 실어주는 어른, 진짜 어른들의 만남을 오늘 아름다운가게가 따라나섰다.

#1. 세상을 바꾸는데 마법이 필요할까?

그날 만났던 곽성희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 내면에 두 가지 힘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의 미덕’ 때문입니다. 해리포터를 집필할 무렵 조앤 롤링은 이혼녀에 실업자였고 가난까지 닥쳐 누가 봐도 실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시간을 이겨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앤 롤링은 실패를 겪으며 강인해진 시간은 어떤 자격증이나 타이틀보다도 가치 있는 소득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또 하나는 세상을 바꿀 두 번째 원동력은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아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돕는 힘, 바로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을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결국 우리는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곽성희 교수와 조주연 박사

#2. 왜 보육원 퇴소 청소년을 돕고자 하는가?

아름다운가게는 숙명여대 곽성희 교수의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이라는 특별한 나눔의 뜻을 함께 하여, 2010년부터 관악자명점(서울 봉천동 소재)의 수익금을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곽성희 교수의 제안에 동기가 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조주연 박사입니다.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친언니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던 차에 차병원에 재직하던 조주연 박사가 보육원을 나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주택을 매입해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대학 등록금도 꾸준히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3. 보육원 출신 의사가 보육원 아이들을 돕다

은퇴한 지 4년이 되어가는 조주연 박사는 낙향하여 시골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보육원 출신 조주연 박사가 보육원 아이들을 돕게 된 것은 바로 자신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주연 박사는 새벽에 신문 돌리고 낮에는 밭일을 하면서 야간학교를 다니며 받은 장학금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검정 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되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해야 했을 때 군산 후생원 원장이 등록금을 마련할 길을 백방으로 알아보다 마감 2시간을 남기고 유한양행 유일한 회장을 찾아 갔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야기만 전해 듣고 故 유일한 회장이 등록금을 내주었고 그 등록금이 조주연 박사의 인생을 결정짓게 됩니다. “군산 후생원에 컴퓨터실을 만들고 장학금을 지원한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보육원을 나온 아이들이 지낼 집을 ‘군산 우리집’이란 이름으로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유한대학교 학생들과 어린 시절 제가 신문배달을 했던 신문사의 배달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도 보은의 일환이었어요. 기부라기보다는 은혜 갚은 겁니다.”

전 차병원 산부인과 박사 조주연 님, 현재는 자신을 ‘귀촌 농부’라고 소개한다.

#4. 더 큰 그림을 그리자

곽성희 교수는 지금까지는 학비와 주거비, 긴급 생계비 등 금전적인 지원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보육원 청소년들이 보육원을 벗어나 사회에 첫 발을 딛게 된 시기에 보다 적합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을 지켜본 곽 교수는 가정적인 부분의 ‘생활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맞춤형 정보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름다운가게는 전문적인 인력이 있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지도해주는 자립 담당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신청받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또래엔 잠깐 사이에 본의 아니게 사고에 엮일 수도 있고 편견 때문에 몰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 손을 마주 잡아 주는 게 어른들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뜻하지 않게 사회적으로 내몰리게 되는 건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그 한 장의 차이까지 고려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5. 기본을 가장 튼튼히 만들어 주는 것

조주연 박사는 보육원에 가게 될 아이들 수가 줄도록 가정 붕괴를 막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시적인 후원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서 가족 상담과 같은 지속적인 AS를 제공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화된 데이터를 만들어두면 나중에 이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육원 아이들의 문제는 보육원이란 장소에 특정될 게 아니라 모든 가정이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좌: 2002년 아동복지증진에 대한 공로로 받은 대통령 표창, 우: 조주연 박사 자택에서 자서전 ‘나는 강물이 되어’를 들고 있는 곽성희 교수와 함께

#6. 세상에 혼자는 없다.

조주연 박사가 마지막으로 꼭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당장은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인 사람은 없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친구들, 동료들이 있고 언젠가는 가정도 이루게 될 거예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을 몰라 소통이 없어지고 관계가 벌어지는 게 매일의 불행을 낳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두가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으면 해요.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는 아이들도 조금은 줄어들 거예요. 가정이 건강하다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별을 제외하고 소통 부재에서 오는 이별은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모든 삶은 가치가 있다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 의사에게서 성공한 면만 보지만 사실 뜻대로 안 되는 일과 매일 부딪는 직업이 의사입니다. 생명이 죽고 사는 일이 인간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때마다 삶에 대해 숙연해집니다. 당장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보람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보육원 출신으로 신문배달을 하며 야간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자라서 수많은 생명을 살린 의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7. 에필로그

차창 밖에 어둠이 내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아침 8시부터 시작된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곽성희 후원이사의 얼굴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시종일관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누군가에게서 시작된 작은 나눔의 씨앗. 그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고 또 씨앗을 뿌리는 아름다운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는 2010년부터 보육원 퇴소 청소년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육 퇴소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자립 과정을 돕고 1년의 지원기간 동안 교육비, 취업 지원비, 집세, 생계비 등 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