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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맛있는방학 쿡방’ 사업 수행기관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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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2017년 2월 10일, 겨울바람 때문인지 하늘이 아주 맑았습니다. 이날 동대구역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대구 서구에 위치한 ‘대평지역아동센터’를 찾았습니다. 대평지역아동센터는 2017년 겨울 ‘맛있는방학 쿡방’ 사업에 선정된 27개 지역아동센터 중 한 곳입니다. 이곳에선 29명의 아이들이 센터장님, 생활지도교사, 학업지도교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알찬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방학 중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사업 ‘맛있는방학 쿡방’ 프로그램. 과연 이곳에는 어떤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한 방학을 보내고 있을까요?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센터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가지런히 놓여있는 신발들, 복도에 걸려있는 아이들의 작품과 예쁜 사진들이 눈에 띕니다.


“안녕하세요~!”
낯설지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 오늘의 요리 수업을 위해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선생님들이 많네요?”
“응, 서울에서 온 선생님이야. 반갑다, 얘들아!”
그렇게 첫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하고 아이들이 자리에 가지런히 앉았습니다. 1월부터 ‘세계의 음식문화’라는 주제로 1주일에 한 번씩 테마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 중국, 한국에 이어 오늘은 ‘미국’의 음식문화를 배우는 날입니다. 요리교실을 시작한 시간이 3시 30분 정도이니, 배도 출출해지고 슬슬 간식 생각이 날 때입니다.

“햄버거라는 말은 미국이 아니라 독일의 함부르크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해.”
선생님께서는 준비해온 자료를 통해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너희들은 배고플 때 밥을 먹지?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햄버거가 밥이래. 그런데 햄버거는 칼로리도 높고, 너무 자주 먹으면 건강이 나빠질 염려가 있어. 너무 자주 먹지는 말자.”

“자 너희들 모두 손 씻었지? 그럼 한 번 시작해 볼까?”
지글지글 햄버거 패티 익는 소리에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 빛납니다.

드디어 햄버거 만드는 재료들이 등장했습니다. 양배추, 상추, 콘샐러드, 토마토, 빵, 양파 등 특히 햄버거 패티가 알맞게 익어가는 동안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들썩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재료를 먼저 빵에 얹어야 하는지 한참 토론을 벌입니다. 옥수수콘을 넣을지, 양파를 넣을지, 토마토를 넣을지. 각자의 취향대로 햄버거를 만들어 봅니다.



“오빠, 그렇게 고기만 먹으면 안 돼! 채소도 먹어야지.”
야무진 여자친구는 큼지막한 토마토 슬라이스도 빵 위에 올렸습니다.

“자, 이제 먹어볼까?”

두꺼운 햄버거 먹는 것을 친구가 도와줍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햄버거는 각자의 개성이 다양하게 담겨있습니다.


“선생님도 드세요~”
아이들은 친절하게도 오늘 처음 본 선생님에게도 먼저 햄버거를 건네주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식재료 등을 둘러보았는데요. 채소도 신선하고 소스류의 유통기한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급식을 진행할 때는 전문 영양사가 있는 위탁업체에서 조리한 반조리 식품을 받아 센터에서 2차 조리 후 아이들에게 제공합니다. 작은 규모의 지역아동센터는 부엌이 좁아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가 쉽지 않고, 전문 영양사나 조리사를 두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대신 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식단에 맞춰 전문 업체에서 조리한 음식이니, 위생 및 영양적인 면에서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이 특별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손발이 척척!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연습했는지 그 노력이 엿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관람까지 마치고, 이제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 아이들과 벌써 정이 들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 너희들 잊지 않을게.”
“정말요? 십 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어요?”
“최대한 노력해볼게.”

10년이 지나면 아이들은 지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이 성장해 있을 테지요. 성장의 씨앗 안에 지금 이 순간들이 작은 한 켠 이나마 자리 잡길 바라봅니다.

‘맛있는방학 쿡방’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고 계시는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성북어울림장터, 위아자 나눔장터 장돌뱅이 여러분과
1,300여 명의 정기 및 일시기부자 여러분의 소중한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
대평지역아동센터장님과의 인터뷰

올 겨울이 ‘맛있는방학 쿡방’ 프로그램에 작년 여름에 이어 두 번째 참여이신데요. 이전 급식 지원 상황은 어떠셨나요?

지자체는 한 끼 당 아이 한 명에게 4천 원의 예산을 배정합니다. 방학 때는 중식, 학기 중에는 석식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사실 아이들은 아침, 점심, 저녁 말고도 중간중간 간식도 필요로 하는데 별도의 예산 지원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 자원을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지역의 제과점에서 빵이나 케이크를 후원해주기도 하시고, 떡집에서도 도와주고 계십니다. 도너츠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풍성한 먹거리와 두유 등을 제공해 주기도 하시지요.

방학 때는 아이들이 오전 8시쯤 등원을 합니다. 점심 먹고 저녁 7~8시 부모님들이 데려가시지요. 학기 중에는 학교 마친 후 센터로 곧장 옵니다. 미술, 오카리나 등 센터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집에 가는 시간이 늦어지니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방학 중에는 거의 센터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은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점심, 저녁 그리고 중간중간 간식 등, 아이들에게 다양하면서도 맛있고 영양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참 중요하지요.

쿡방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되셨는지요? 아이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센터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아동센터로 지원이 확대되길 희망합니다. 편부•편모 가정의 아이들은 식사를 잘 챙겨 먹기가 힘들거든요. '맛있는방학 쿡방' 프로그램 덕에 양과 질을 고루 갖춘 음식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장님이 경험했던 아이 중, 결식 위험이 있던 아이가 있었나요?

작년까지 우리 센터를 이용한 초등학생 남매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안동이 고향이셨는데 대구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셨어요. 양육 환경 자체가 열악했어요. 비위생적인 가정 환경 때문에 머리에 이가 있어 전용 샴푸를 구입해서 아이들 머리를 감겨주어야 했죠. 균형 잡힌 식생활이 아니다 보니 피부 등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탈모가 진행되고 있어 지역 병원과 연계하여 치료를 받게 해주었고, 다행히 회복이 되었습니다. 올해 첫아이는 중1, 둘째는 6학년이 되었겠네요. 사례관리 프로그램으로 집중 지원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쿡방 프로그램 이전에는 별도로 진행한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작년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신청을 했는데, 사실 기관 담당자가 서울로 올라가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효과가 확실하니 이번에도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라서 될까 했는데 다행히 선정이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맛있는방학 쿡방' 사업 수행기관 선정 기준은, 관련 전문영역의 식품영양학과 교수님, 유관기관 심사위원들의 전문 심사로 사업의 기획 내용 및 필요성, 기관 신뢰성 등 다양한 심사 기준으로 평가하여 공정히 선정하고 있습니다. 동일 단체가 연속 3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개선 의견이 있으시다면요?

꾸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전문 요리 강사도 섭외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겠죠.

올해 처음으로 식생활 교육도 진행하셨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나나우유를 만들기도 하고, 불량식품을 뜨거운 물에 녹여서 털실이 염색되는 과정을 실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바나나우유를 만들 때 식용색소를 아주 소량만 사용했는데도 색깔이 변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그 우유를 마시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화학약품이 들어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생각이 달라진 거죠. 합성첨가물에 대하여 경각심을 길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험 내용이 좀 더 어려워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한 식습관 확립을 위해 2017년 겨울방학 선정 단체 27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감미료, 착향료, 착색료 등 식품첨가물을 가지고 시판용 바나나우유를 만들어보기도 했으며, 마트에서 판매하는 색소 사탕을 뜨거운 물에 녹인 후 색소가 우러난 물에 흰 털실을 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큰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와 같은 소규모 지역아동센터는 사실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지만 예산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성장하는 아이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을 때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잘 먹어요.(웃음) 아름다운가게에서 꾸준히 급식 지원해 주시는 것이 저희에겐 큰 도움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만족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