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아름다운 나눔보따리 12년의 기록

 


 

아름다운 나눔보따리는 설을 앞두고 쌀과 이불, 비누, 샴푸, 설탕, 라면, 세제 등 각종 생필품을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도움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 댁에 방문해 전달하는 아름다운가게의 대표 나눔행사입니다.
2004년 1,000개의 나눔보따리로 시작해 2015년 6,000여 개로 늘어날 동안 함께 한 배달천사들과 어르신 등 우리들의 이야기도 차곡차곡 쌓여왔습니다.

 

 

 2004년, 아름다운가게 나눔보따리의 시작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 나눔보따리는 2004년 처음 시작했어요. 2003년에 개최한 ‘지상최대의 벼룩시장’의 수익금 5,000만 원으로 1,000개의 나눔보따리를 준비해 관악구 봉천동 난곡마을의 홀몸 어르신댁과 동대문의 노숙자무료급식소인 프란치스코의집, 소년소녀가장의 집 등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두 배 늘어난 2,000개의 나눔보따리를 종로 쪽방촌과 전남 광주의 소년소녀 가정, 부산의 판자촌 등 서울과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에 나눴어요. 해마다 나눔보따리 개수와 나눔 지역을 확대해 나가 올해 2015년 2월에는 최대 규모인 6,000여 개의 나눔보따리를 배달했어요. 배달을 위해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도 나눔보따리 행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에요.
초창기에는 쌀 20kg과 설을 맞아 떡국 떡 등 먹거리를 보따리에 담아 드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르신들이 쌀보다 부식이나 생필품이 많이 부족하시대요.. 그래서 쌀은 10kg으로 줄이고 대신 장기보관이 용이하고 요리하기도 편한 꽁치, 참치 등 통조림류와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 그리고 샴푸, 비누, 수분크림, 밀폐용기 등의 생활용품과 쌀과자나 인삼캔디 등 간식류가 더 많이 추가됐어요.

 

 보따리가 상자로 바뀐 사연
나눔보따리를 시작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은 이름처럼 진짜 보따리(자루)에 담아 배달했어요. 초창기에 한 배달천사분이 어르신들에게 드리려고 개별적으로 김치를 싸오셨는데 티코에 김치와 쌀 20kg 짜리 세 포대와 나눔보따리 세 자루까지 싣고 배달을 가시다가 그만 차가 무게를 못 견디고 옆으로 넘어간 적이 있었어요. 차 안에서 쌀도 터지고, 나눔보따리도 터지고 김치까지 터졌는데, 밖에서는 흘러나오는 김치 국물을 피로 착각해 난리가 났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보따리에 생필품을 담다 보니 안에 내용물이 쏠리거나 배달 중 터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어요. 어르신 댁까지 물품을 상하지 않게 잘 운반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2007년부터 새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박스형태 나눔보따리입니다. 박스형태다 보니 한 번에 여러 개를 동시에 나르기도 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께 간단한 손편지도 쓸 수 있게 됐어요.

 

 룰루랄라, 신나는 패킹&행사현장 
설 전 나눔보따리 행사를 위해서 그보다 미리 나눔보따리 패킹작업이 진행돼요. 최근에는 시설이 좋아져서 자동 컨베이어벨트로 패킹을 하지만 초창기에는 풍문여고 강당을 빌려서 바닥에 깔아놓고 모두 수작업으로 패킹을 했어요. 게다가 모두들 ‘생초짜'라서 어떤 물품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노하우도 없이 밤늦도록 쭈그리고 앉아 작업을 했답니다. 힘은 좀 들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신나게 작업을 해요. 또 2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나눔보따리를 서울에서 패킹해서 전국으로 보냈는데, 이제는 각 지역에서도 패킹을 시작했어요.
행사 당일에는 일단 아침 일찍 모여 서로 안마도 하고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풉니다. 각자 차에 배달할 쌀과 나눔보따리를 싣고, 간사들의 환송을 받으며 다함께 경적을 울리면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나눔활동이 이토록 신나고 행복한 거구나’ 느끼게 돼요. 

 

 누적 자원봉사 배달천사 4만여 명
나눔보따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들이 있죠. 바로 직접 어르신 댁에 나눔보따리를 배달하는 자원봉사가 배달천사들입니다. 올해까지 12년간 함께 한 배달천사는 누적인원만 전국적으로 4만 명이 넘어요. 그 중에는 설 전 나눔보따리 배달 참여는 당연한 생활의 일부”라며 수 년 째 함께 하고 있는 기업 임직원과 단체, 개인 자원활동가들도 상당수랍니다. 예전에는 개별로 참여했다면 요즘은 자녀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배달천사들은 사전에 방문할 어르신댁에 미리 전화를 드려 인사를 드리고, 방문 시간도 서로 약속해요. 보통 배달을 가면 2, 30분은 어르신댁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아픈 곳은 없으신지 묻고, 안마도 해드리고 말벗을 해드리고요. 배달을 모두 마치면 가게 담당 간사들에게 배달 완료 문자를 보내고, 혹시 어르신 댁에 아무도 없을 경우 나눔보따리를 되살림터로 가져옵니다. 다시 돌아온 나눔보따리는 아름다운가게 순환지원팀에서 다시 어르신 댁으로 배달을 간답니다.

 

 12년 동안 전달된 나눔보따리 약 4만 3,810개
12년간 홀몸 어르신과 조손가정 등 소외이웃에게 전달된 보따리 수는 약 4만3,810에요. 금액으로 환산하면 30억원이 넘는 규모랍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방문한 어르신 댁의 수에요. 한 가정에 한 개의 보따리가 전달되기 때문에 수혜가정 역시 4만 가구가 넘는 셈입니다. 나눔보따리 수혜 대상은 전국 119개 아름다운가게 매장이 있는 지역의 주민센터, 노인복지관, 노인복지센터 등으로부터 먼저 추천을 받아요. 그리고 아름다운가게 나눔사업팀에서 최종 리스트를 취합합니다. 가급적 많은 분들을 방문하고자 중복 수혜는 최대 3번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설을 앞두고 홀로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은 배달천사가 올 시간에 미리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시다가 “나 같은 늙은이한테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십니다. “마침 쌀이 다 떨어졌는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쌀을 가져다 주냐”며 흐느끼는 할머님을 뵈면 배달천사가 오히려 늦게 찾아와 죄송스러운 맘이 든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남을 더 생각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아요. “나는 괜찮으니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며 물품을 돌려주시거나 이불이나 그릇 등 안 쓰시는 물건을 챙겨 놓으셨다가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증을 하시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으세요. 꼬마 배달천사들의 세배를 받으시고 친손자처럼 귀여워하시며 세배돈을 챙겨주시기도 하고요.. 나눔보따리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어르신에게나 배달천사에게나 참으로 소중한 시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