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10기] 문병무 펠로우_(유)쿠미

 

“중증운동장애 영유아를 위한 조기 재활서비스와 보호자 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아우르는 진정한 재활'을 지원합니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어떻게 ‘쿠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중증운동장애 영유아를 위한 조기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유한회사 쿠미의 대표, 문병무라고 합니다. 쿠미(Kumi)는 히브리어로 ‘일어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10년 동안 중추신경계 손상이나 뇌성마비가 온 아이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물리치료사로 일해오면서, 우리나라 소아 재활치료 서비스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어요. 매년 미숙아의 비율은 늘고 있는데, 소아치료실 또는  전문적인 소아 재활시설을 가진 병원이 정말 드뭅니다. 실제로 전라북도 내에서도 전담 소아치료실이 있는 병원은 두 곳에 불과합니다. 이 아동들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해 어쩔 수 없이 “재활난민”이 되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어요.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아동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여 장애아동과 그 가정에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전문재활기관인 ‘쿠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쿠미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는 치료프로그램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저와 섭식관련 구강운동·감각운동을 하는 작업치료사 한 명까지 둘이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보호자 한 분이 언어치료사 분을 소개해주셔서, 이후 언어치료까지 같이 하게 되었죠. 지금은 운동재활·감각통합·구강운동·언어치료·인지운동·섭식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료사와 장애아동이 1:1로 1회 약 40분간 재활 치료를 진행하며,  비용은 35,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1회 30분에 50,000원 정도 하는 다른 곳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죠.

그리고 장애아동을 안은 채로 이동하다보니 아픈 곳이 많은 보호자들을 위한 보호자운동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어요. 향후에는 발달장애 아동에 맞춘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현재 하고 있는 감각통합 치료나 행동치료가 발달장애 아동의 재활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아직은 도구도 부족하고, 환경도 열악해서 지역 내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협업하며 방향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Q. 펠로우님이 생각하는 ‘재활’의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장애아동 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아울러야 비로소 성공적인 재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쿠미는 서비스 제공의 범위를 보호자 가족으로까지 넓히고, 아동의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의 재활을 위해서 3년간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고군분투하던 어머님이 3년간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변화가 나타나지 않자, 우울감이 와서 아이의 치료부터 돌봄까지 다 놓아버린 경우가 있었어요. 이처럼 재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보호자 가족의 건강도 중요하죠. 작년에 보호자분들을 대상으로 ‘심프로젝트’라는 꽃꽂이 심신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무척 고마워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Q. 쿠미의 역할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쿠미가 빨리 없어져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해요. 이번 코로나 사태로도 확인되었듯이 우리나라는 뛰어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재활에 대한 의료체계는 굉장히 열악해요. 아동들이 쿠미와 같은 사설체계의 도움 없이도 의료보험의 혜택 안에서 마음놓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장애아동과 보호자 가족에 대한 인식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쿠미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어요.  ‘장애아동’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나 사회복지 종사자 같은 특수직종의 사람들만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실제로 장애아동과 그 가족은 우리 주위에 있고, 이들과 함께하는 우리 일상의 영역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Q. 총 4차까지의 심사단계, 그리고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 3차 심층심사도 경험하시며 10기 펠로우가 되셨는데요. 그 과정을 겪으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심사 과정이 긴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원자를 깊게 알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수긍이 되더군요. 심사 단계가 많고 과정이 길었어도, 매 단계의 결과가 바로 바로 공지되는 점이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3차심사인데요. 분명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경쟁자인데도, 서로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분위기로 심사가 진행되어서 경쟁자가 아닌 나를 응원해주고 나랑 같이 가는 동료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과를 떠나서, 사회혁신을 위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동료를 얻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Q. 아름다운가게 혹은 다른 펠로우들과 하고 싶은 협업이 있으신가요?

10기 펠로우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님과 협업해서, 모션게임을 이용한 신체재활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재활치료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때 더욱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모션게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죠. 그리고 장애아동 보조장구의 재사용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은데 이 때, 아름다운가게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장애아동이 이용하는 보조기구들이 대부분 고가이고 장애아동용 유모차만 해도 150~250만원 정도 하거든요. 그런데 1,2년만 지나도 계속 사용하지 못하고 맞춤형이라는 이유로 되팔기도 어려워요. 장난감도서관처럼 장애아동 보조장구도서관을 만들고자 할 때 아름다운가게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이러한 사업을 같이 해도 좋을 것 같고요.

또, 예전에 제가 장애아동 보호자가족을 위한 페스티벌을 기획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적이 있어요. 이후 팬데믹이 끝나고 나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와 협업해 아이들의 재활치료에 심신이 지친 보호자가족을 위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끝으로 어떤 사회혁신리더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처음 쿠미를 설립할 때에는 제 역할의 정체성은 아이들을 위한 치료와 재활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치료사’라는 개념에만 머물러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에 필요한 예산과 수익창출구조, 운영 체계 등을 신경쓰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이 저희 직원들에게 가게 되고, 제공하는 서비스에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고요. 보호자가족 지원프로그램으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치료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쿠미를 잘 운영하는 ‘운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 인력도 양성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본 인터뷰는 코로나에 대한 정부 방역지침 기준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쿠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