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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의 날 기념 특별 인터뷰 ‘1만 시간의 법칙’

차명옥 활동천사 인터뷰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연구했더니, 그들에겐 공통적으로 피나는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 아름다운가게에도 그 반열에 오를만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름다운가게가 세상에 손을 내민 지 14년. 켜켜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누적 활동시간 1만 시간을 돌파한 차명옥 활동천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나면 1만 시간의 법칙을 엿볼 수 있을까. 그녀가 털어놓는 최장시간 활동을 가능케 했던 비밀, 지금 바로 공개한다.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역사, 첫 10,000시간 돌파예요.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쑥스럽네요. 사실 인터뷰 제의를 받고 고민을 했어요.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간단해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내 이야기이니, 함께 나누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냈답니다.

 

활동천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당시에 아들이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절실하게 기도를 드리던 중, 합격 이후에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막연하게 한 집에 한 사람 정도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죠.

 

아름다운가게만의 매력을 말씀해주신다면?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환경운동이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길거리에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봐요. 왜 그런 말이 있죠.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청소를 하는데 콧노래를 부르고 있기에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물었더니 “지구의 한 끝을 깨끗이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해요” 라고 대답했다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가 하는 일 역시 환경운동인 셈인 거죠.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초창기 멤버들끼리 워낙 팀워크가 좋았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초창기 1년이 참 좋았어요. 당시 매니저도 신들린 듯 행사를 개최했어요. 퇴근시간 이후에 행사 상품 진열하고. 힘들 법도 한데 그땐 참 즐거웠어요. 2011년, 춘천 산사태 사고 당시에는 활동천사 몇몇이 현장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모든 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일들이에요. 그동안의 추억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도 못해요.(웃음)

 

차명옥 활동천사 인터뷰

 

기억에 남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때가 되면 한 번씩 큰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꽉 채워서 가지고 오는 분이 있었어요. 그 정성이 참 고맙지 않나요? 그리고 연인하고 헤어진 후 추억이 담긴 선물들을 기증했던 분도 기억나고요. 커플링, 종이학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는데 편지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나한테 참 소중했던 물건들이니 좋은 곳에 사용해달라고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남기셨더라고요. 요즘엔 그런 분들이 잘 안 보여서 한편으론 아쉽기도 해요.

 

반면에 힘든 점도 있었을 거예요.

매장을 방문해주시는 고객들과의 트러블이 가장 힘들었어요. 초창기엔 의욕만 앞서서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는 게 서툴렀어요. 그래서 많이 혼났어요. 그 순간에는 마음이 괴로워도 지나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좋은 일이 꼭 생겼던 것 같아요. 제 실수가 다른 봉사자들의 매뉴얼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나의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바늘땀이 있어야 가능하듯이 저에게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천사님도 힘드셨을 텐데, 혼났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그럼요. 혼이 난 거죠. 하지만 이젠 베테랑이 됐어요. 오랜 시간 매장에서 있다 보니, 자주 오는 분들의 경우 취향까지 다 알게 됐어요. 이젠 제가 먼저 권하기도 해요. “이게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하고요. 그럼 정말 좋아하시죠.

 

힘들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있었다면?

아무리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받는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웬만한 어려움들은 저절로 포용이 되던데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이 넓어지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힘이 되는 손님들이 더 많아요. 주머니 속에 슬그머니 사탕을 넣어주고 가는 분도 계시고, 점심 못 먹었다고 하면 빵을 사다주고 가는 분도 계시고. 그래서 힘을 얻는 순간들이 훨씬 많아요.

 

매장에서 활동주인 차명옥 천사님
매장에서 활동 중인 차명옥 천사님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참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좋지 않은 기억보다 좋은 기억, 즉 추억의 힘이 더 세잖아요. 전 그렇게 믿어요.

 

10,000시간의 봉사활동, 가족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그럼요. 큰 힘이 됐어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초창기엔 남편도 같이 앞치마를 메고 행사하고 그랬어요. 요즘은 월요일만 되면 남편이 먼저 “오늘 아름다운가게 가는 날 아니야?”하고 물어봐요.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누군가 권해서 시작하는 사람들은 금방 관두는 것 같아요. 본인한테 계기가 있어야 해요. 나한테 필요해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겪잖아요. 그때 봉사활동을 떠올려봤으면 좋겠어요.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서 망설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변화되어 가는 과정인 거죠. 활동하는 4시간 중 단 10분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봐요. 그리고 나에겐 큰 의미가 없다 해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욕을 줄 수도 있는 거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가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원활동센터 내 봉사센터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연재해나 갑자기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언제든 현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말이에요.

 

차명옥 활동천사 인터뷰

조상의 간사아름다운가게 홍보팀

밝고 따뜻한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