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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마을 보부상 “어스맨”

[착한생산자 이야기 세 번째]

지구마을 보부상 "어스맨"

일과 행복의 양립, 그 안에서 인생을 찾은 공정무역 단체 “어스맨” 의 최희진 대표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어스맨 최희진대표
▲ 어스맨 최희진 대표

 

Q. "어스맨" 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2011년 ‘엉덩이가 가벼울 때 시작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대학 때 부터 관심 있던 사회적경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태국, 라오스 등을 둘러봤어요.
마을 단위 수준의 공정무역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과포장된 것은 아닌지,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공정무역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어요.
마을에서 2달 동안 온갖 경조사를 따라다니며, 현지 공정무역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고, 그 시간이 끝나갈 때쯤에는 공정무역이 필요할 수 있겠다.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언정 어떤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겠다. 그리고 분명히 마을의 어떤 가정은 공정무역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만든 회사가 어스맨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일과 행복과 의미 모두 양립 가능한 걸까 라는 걸 실현해 보고 싶었죠, 인생프로젝트였어요.
처음 3년 동안은 수익성과 상관없이 의미와 즐거움을 찾으려 했고, 3년이 넘은 시점에서는 공정무역이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게끔 도와준 일이었어요.
지금은 5명이 같이 일하는 사회적기업이 되었어요.

 

어스맨 건체리 제품
▲ 뷰티풀마켓에서 판매중인 공정무역 건체리 

 

Q. 어스맨에서 판매하는 제품, 소개해주세요.

라오스에서 만든 수공예품과 파키스탄에서 만든 건체리, 건살구를 판매하고 있어요.
올해 4월 아름다운가게에 건체리가 입점 되어 판매중이죠.
유기농법으로 자란 건체리는 히말라야의 뜨거운 태양 아래 1차 건조를 시키고, HACCP 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시설에서 만들어져요.
대부분의 건과일에는 맛과 모양을 위해 인공색소나 설탕, 방부제를 넣지만, 어스맨 건체리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그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아요.
또한 마그네슘, 칼슘, 미네랄 등이 풍부한 히말라야 빙하수를 먹고 자라 더욱 특별하죠.

 

Q. 체리와 살구 외에 다른 신상품 계획이 있나요?

수공예품으로 시작해서 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했어요.
수공예품만으로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고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좀 더 대중적으로 공정무역을 알릴 매개체로 식품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먹거리 쪽에만 무게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소비자에게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공정무역에 공감하고 참여하게 하고 싶어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봄으로서 생산하는 즐거움과 공정무역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상품을 구상 중 이에요.

 

훈자지역
▲ 파키스탄 훈자지역

 

어스맨 체리 생산자
▲ 체리와 살구 생산자

 

Q. 체리와 살구를 만드는 생산자들을 소개 해주세요.

체리와 살구는 파키스탄 훈자지역에서 자라요, 훈자는 히말라야 속의 오지 같은 곳으로, 지금은 파키스탄의 국가 영토이지만, 70년대 이전까지는 훈자왕국으로 900년 동안 자치적으로 존재했던 왕국이었어요.
훈자에서는 15년째 공정무역이 탄탄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혀 있어요. 훈자 지역은 크게 6개의 지역, 114개의 공정무역마을, 6천여 명의 생산자로 이루어져 있고, 6명의 지역대표와 각 마을의 대표는 공정무역 회사와 협상권을 가지고 있어요. 상당히 민주적인 의결권을 가지고 있죠. 2개의 공장 근로자 대표를 포함, 총 9명의 이사진이 생산자를 대표하여 공정무역 회사인 마운틴후루츠와 소통, 가격협상, 생산량을 결정, 또 공정무역 프리미엄(공정무역 가격에서 별도로 책정되는 금액, 생산자조합이 가지는 금액으로 지역발전금, 교육, 인프라 등을 위해 사용됨)을 어떻게 써야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훈자가 무슬림 문화권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힘들어요. 마운틴후루츠의 가공공장은 100% 여성근로자이며, 9명의 이사진 중 3명이 여성이죠. 이런 것들도 긍정적인 지역문화를 개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훈자는 열악한 지역으로 전기라든지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집단협상력이 부족하죠. 그래서 공정무역이 갖는 큰 의미중의 하나도 집단협상력을 갖게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자신이 생산한 건체리가 시장에서 얼마의 가치인 것을 알게 되었고, 자립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어요. 주민들은 투명성과 동등하게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아요.

 

어스맨04
▲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훈자지역 주민과 최희진대표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스맨 카메라 프로젝트> 라는 걸 했어요.
훈자지역 주민들에게 1회용 카메라를 주고 ‘당신을 웃게 하는 것을 담아주세요’ 라고 했죠.
시간이 흐른 뒤 들판에 둘러앉아 찍은 사진에 대해 얘기했어요. 체리나무를 새로 심어서 행복했고, 키우던 소가 새끼를 낳아서, 알에서 병아리 11마리가 부화해서 행복했다고 했어요.
우리에겐 소소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큰 행복이라는 걸 알았죠.
1회용 카메라에 담긴 사진으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Q. 판매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어스맨 건체리와 건살구의 판매 수익금은 파키스탄 지역사회로 환원됩니다.
커뮤니티 학교 건설, 극빈층 아이들에게 장학금 전달, 여성 직업훈련센터에서 재봉틀과 직물구입, 노출된 수도탱크에 지붕 만들기, 300그루의 과수 묘목 생산자에게 전달 등에 사용됩니다.

 

Q. 국내 단체가 아니기에, 생산⦁품질관리 등의 어려움은 없는지?

대부분의 공정무역 단체들은 자본이나 시장에 대한 힘과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므로 당연히 생산⦁품질관리 등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취약해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핸드메이드와 건강함 이라는 가치도 있다고 봐요.

 

어스맨
▲ 어스맨과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와의 연결고리

 

Q. 공정무역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공정무역이란 윈윈 무역이다."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공정하고 좋은 무역이라고 생각해요.

 

Q. 아름다운가게에 하고 싶은 얘기

아름다운가게가 순기능을 많이 했다고 봐요.
전국단위로 퍼져있는 매장과 구심점들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에서 공정무역의 이야기도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이웃과 더불어 조금 더 멀리 있는 이웃도 생각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제품 뒷면의 QR코드를 꼭 보셨으면 해요. 그래서 내가 먹는 살구와 체리가 어떤 사람이 생산했고, 그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고, 어떻게 생산해서 나에게 전해지는지 한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스맨 건체리는 공동체 생활에 단단하게 뿌리 내려서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즐겁게 생산한 체리에요. 그렇게 만든 체리인 만큼 맛있게 먹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스맨 대표와 생산자
▲ 어스맨 최희진 대표와 생산자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해요. 어스맨도 나의 성장과 비슷하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그래서 요즘 조금씩 욕심이 나요.
예전에는 라오스의 한가정이라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하다. 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공정무역을 하면서 생존능력을 키우고, 내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하는 것처럼, 어스맨의 채널과 연결되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든 이 사람들의 삶도 어제보다 더 웃고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