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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e토크 현장 스케치] ‘be’tween Us – 실천교육을 위한 학교와 시민단체의 협업

오늘부터 1일! 손잡은 교사와 활동가 “우리 친구해요”

 

“영상을 틀어 놓고 성매매 예방교육을 하는데, 제가 봐도 재미가 없는 거예요.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오시면 학생들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을 텐데… 좋은 단체도 많을 텐데…”

“저희는 (활동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학교와 컨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공문을 보내긴 하는데 선생님들이 거의 못 보시더라구요.”

“사실 학교 일이 워낙 많아서 그 기본 업무 처리만 해도 엄청 바빠요. 공문을 보긴 어렵죠.”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분산돼서, 나름 제가 고민을 하면서 연습삼아 (관련 정보를 모은) 플랫폼을 만들어봤는데 저도 아는 단체들이 한정적이라서 아직 부족하네요.”

“어머나, 이런 건 교육부에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에요.” “내 말이…” “그러니까요.”

 

사람들은 서로의 고민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때로는 맞장구를 치고 때로는 조언과 질문을 더했다.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때면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웃음도 터져 나왔다.

딱 20분 전에 말문을 튼 사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른 이심전심이다. 이토록 화기애애한 수다와 열띤 토론이 이어진 이 자리는 ‘between US : 실천교육을 위한 학교와 시민사회의 협업’이라는 주제의 제2회 Be토크 행사이다. 학교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교육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모인 것이다.

“학교의 장벽이 너무 높다”-“어떤 단체와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Be토크’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오던 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아름다운커피가 다양한 분야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네트워크 모임이다. 특히 이번 2회 행사에서는 학교와 시민단체를 잇는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오랫동안 교육 활동을 펼쳐온 현장 활동가와 교사의 고민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활동가들은 고민한다. “주로 아동∙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학교인데, 도대체 학교의 장벽은 왜 이렇게 높은 걸까?” 교사들 역시 고민한다. “실천교육을 위해서 시민단체를 활용하고 싶은데,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일단은 함께 만나야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들어야 한다. 상대방은 어떤 교육을 꿈꾸는지, 그것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지, 이 과정에서 무엇이 걸림돌인지. 그래야만 뭐든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교사와 활동가가 일단 만나서 듣고 말하는 자리가 바로 Be토크인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 취지에 맞게 학교와 시민사회단체,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약 30여명의 사람들이 작은 카페에 함께 모였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 할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각자 속한 영역은 달라도 바라보는 지향은 똑같은 한 가지, ‘아동∙청소년을 사회변화의 주체로 성장시키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약속도 일정도 많은 12월의 주말에 시간을 비우고 달려온 사람들은 평소부터 이런 만남이 참 간절했던 모양이다. 그냥 안면을 익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바쁘게 준비한 홍보자료를 나눠주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대화 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적고, 새로운 정보를 들으면 바로바로 검색도 했다.

열렬한 참여 덕분에 분위기는 이내 뜨거워졌다. 메인 프로그램은 워크숍이었는데, ‘첫 만남은 어떻게?’ ‘지속적 관계확장은 어떻게?’, ‘개별 수업은 어떻게?’라는 세 가지 주제에 맞춰 모둠 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고민을 종이에 적는 방식이었다. 그리고는 각자 다른 사람들이 쓴 고민 종이를 읽고 적절한 조언과 의견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댓글’처럼 붙였다. 

주렁주렁 ‘댓글’로 달린 공감과 지지

 

 

“1회성으로만 만나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워요.”

“시민사회 주최의 강연∙연수∙워크숍은 이뤄지지만 그렇게 배운 내용이 교실 현장에 전이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학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이 없을까요?”

“학교나 단체의 담당자가 자주 바뀝니다.”

“(정부) 당국에서 꽂은 프로젝트가 일괄 학교로 내려오고, 시민 섹터는 ‘공모전’에 응모하듯 아이디어를 내기 쉽습니다. 이런 구조를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요?”

“학교의 정책 환경 변화에 대처하면서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은?”

“시민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정치교육’으로 오해 받는 것이 두려워요. 연대와 인권,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는 것 자체에 대해 민원이 들어오는 현실이 힘듭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지만 종이에 적힌 고민은 참 깊었다. 각자 치열한 현장을 겪으며 오랫동안 묵혀왔던 고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및 주제를 설명하면서 다른 참가자들의 조언이나 협업 파트너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고민이 ‘남 일’ 같지 않기에 참가자들은 최선을 다해 댓글을 달았다. 자신이 아는 관련 단체나 사업 등의 정보, 꿀팁과 아이디어가 주렁주렁 달렸다. 때로는 “정말 공감되는 말씀”이라는 동의와 지지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짧은 토론 끝에 구체적인 실천 아이디어도 나왔다. ‘담당자가 교체되어도 실천교육을 지속할 방법’으로는 청소년이 활동 주체가 된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환경에 관심있는 교사가 수질조사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그 뒤 학교를 옮겼지만 동아리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활동을 주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사는 떠나도 청소년은 남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학교와 시민사회단체를 만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교육청 주최의 네트워크 행사 운영’, ‘시민사회단체들의 소식을 담은 뉴스레터’ 등이 대안으로 꼽혔다. 특히 뉴스레터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구체적인 발행 계획까지 세워졌다.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교사들의 고민을 듣던 참가자가 내년부터 직접 관련 뉴스레터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공감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느라 어느새 정해진 3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결국 30분을 넘겨 행사가 끝났지만 사람들은 차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뭐든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 뭐든 조금이라도 먼저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만났으니 대화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모르면 함께 할 수 없다. 그리고 각자 떨어져서는 좋은 실천교육을 만들기 어렵다. 오랜 고민을 고작 몇 시간의 만남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마주앉는 것이야말로 해결의 첫 걸음이다. 이날 모인 교사와 활동가는 이제 그 첫 걸음을 함께 딛었다. 

 

 

이 날 Be토크에서는 워크숍 앞뒤로 토크와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 더 아기자기하고 따뜻했다. 

잔잔한 노래를 불러준 뮤지션 권나무 님은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하다. 그는 “학교 밖으로까지 프로젝트 수업을 연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실은 고민을 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실천의 장”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공간 주권의 차원에서 학내 유휴 공간을 재미있게 바꿔보고 싶은데 건축 전문가들과 함께 하고 싶다. 연락 달라”면서 협업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학교 안에서 나눔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송한별 교사는 토크 시간에 자신의 협업 사례를 발표했다. 역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학생들이 운동장을 바꾸기 위해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이다. 그는 “(1회적인) 강사 파견으로는 효과를 맺기 어렵다. 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를 신뢰하면서 협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글: 박효원 (에세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