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아름다운가게 관악자명점 명예점장, 곽성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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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곽성희 교수는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아버지 곡 곽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어머니 한자영 대양산업개발 회장의 뜻을 기려 아름다운가게 매장 설립기금 1억 6천만 원을 기부하고, 매장명은 부모님 성함의 가운데 자를 한 자씩 사용해 '관악자명점'으로 정했다. 2010년 2월 설립된 관악자명점은 곽교수님이 관심을 갖고 있는 보육워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데 수익금 전액을 배분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참여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실 아름다운가게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심이 있어서’ 라고 답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은퇴 10년 전부터 은퇴 후를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은퇴 후 봉사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하며 배우려고 하는 거죠.’ 라고 답할 정도로 숙명여대 곽성희 교수(이하 곽교수)는 나눔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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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아버지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주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매년 학기초에는 고향에서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가 대학에 입학을 하면 우리 집으로 오곤 했죠. 그러면 아버지는 간단히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후 입학금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집에 갔더니 예쁜 전화기가 있는데 아버지가 정말 좋아 하시는 거예요. 자신이 7~8년 전에 입학금을 줬던 아이인데 취직하게 되어 감사인사를 드리러 왔다는 거예요. 보통은 입학금을 받고 그 후 가정교사도 하고 이래 저래 돈을 벌어서 대학 마치고 사회인이 되고, 그러다 보면 연락하기가 쉽지는 않죠. 그런데 이렇게 기억해주었다며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그때 막연히 저도 마음이 정말 좋았답니다.  그런 느낌들이 저에게 ‘나누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는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느낌만 가지고 있었을 뿐 ‘언젠가 해야지…’라고 실천은 못하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숙명여대 TESOL 주임교수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저녁에 어느 분과 식사를 하던 중에 위의 저의 속내를 이야기 했더니 “그래서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라고 물으세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좀 더 준비되면 하려고요.” 했더니  그분이 다시 한 번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도 1명 정도는 우리 아버지처럼 장학금을 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장학금 1억 기부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제가 은퇴할 때까지 낼 수 있는 장학금 총액을 약정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7000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아예 1억을 기부하기로 약정했죠. 그 후에 제가 몸담고 있는 숙명여대에도 기부하게 되고, 아들이 다니는 대학에도 기부하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조금씩 절약하면 기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모이니까 꽤 많더라고요. (웃음)


 제가 장학금을 주는 아이들은,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진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입학 때부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는 다양한 장학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어려움을 당한 학생들은 도움을 받기가 쉽기 않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저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에게서 편지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사업이 어려워진 후 너무 힘들어 자살을 하려고 까지 절망하고 있었는데 장학금을 받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조그만 도움의 손 길이 큰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무척 흐뭇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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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던(John Donne, 영국의 시인, 성직자)이 쓴 산문집 중 ‘For whom the bell tolls’라는 부분을 보면, 옛날 영국에서는 마을의 누군가 죽으면 성당에서 종을 울렸는데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하인을 보냈데요. 누가 죽었는지(왜 종을 치는지) 물어보라고. 존 던은 이 글에서 ‘종을 치는 것은 너 때문에 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죽음으로써 너의 일부도 죽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이 아니고(no man is an island) 대륙의 일부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래서 나의 일부분도 감소시킨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라고 했다는 내용이에요. 결국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전 제가 있는 세상이 제가 없는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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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엔가 좋은 일에 ‘십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참에 오랜 친구이기도 한 아름다운가게 이혜옥 전 상임이사에게 권유를 받았어요. 더구나 아름다운가게는 다른 단체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더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도 기부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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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는 아직 계획이 없지만(웃음), 매장을 하나 더 기부하게 된다면, 최근 제가 동참하게 된 봉사 단체 터치 (www.gotouch.org)를 통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음악이나 영어 등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돕고 싶어요. 터치에 참여하는 여러 단체 중 하나인 하트장학회란 곳에서는 음악관련 교수님들이 재능기부를 하여 재능이 있지만 음악전문교육을 받을 형편이 아닌 아이들을 오디션 거쳐 뽑고, 연주회도 마련해 주고 예고, 음대에도 진학시켜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지만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그 아이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꽃 필 수 있게 해 주는 일은 정말 보람있고 또한 결과도 화려하죠. 그런 아이들이 자신이 받은 나눔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것이고… 그렇게 재능 기부를 통해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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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한 단체에서 깊이 들어가보지 않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순환이라든지 사회에 기부문화를 확산한 공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높은 성과라고 봐요. 처음에는 가게를 기부한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수익금 배분액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게의 매출이 중앙으로 모아져서 배분하는 돈도 있고,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는데도 비용이 들었을 텐데 그걸 모르니 처음에 잘 모를 때는 밖에서 보는 입장으로 배분액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었지만 얼마 전 터치라는 단체 이사장으로써 바자회를 해보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러나 기부자들은 늘 내가 낸 기부금이 정말 잘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죠. 그런 내용을 풍부하게 소통해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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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좋겠네요."

인터뷰어의 참견 : 곽교수님께는 인터뷰 중간에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아름다운가게 매장개설 기부금은 매장을 개설하는데 사용되며 그 매장이 수익을 내도록 하여 그 수익금을 배분하는 형태이다. 매장설립이 주는 환경적 나눔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매년 2천만원 정도의 배분액이 10년만 쌓여도 2억원이라는 기금이 사회로 환원이 되는 것이다. 당장 1~2년으로 보면 1억6천만원을 기부하고 3~4천만원 나눴다는 것이 아쉬우실 수 있지만, 관악자명점이 현재도 잘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아니 100년 이상 매장이 운영된다면 깊은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어 줄 것이다.


 

9 "제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변화의 영역은 어린아이, 대학생 이에요.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차병원 의사 한 분이 보육원 아이들을 꾸준히 돕고 계시대요. 성년이 되면 보육원 아이들은 퇴소해야만 하는데 갈 곳도 마땅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사재를 털어 연립주택을 매입하여 생활공간도 제공하며 꾸준히 돌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 진학을 원하면 등록금을 마련하여 주고,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학원에 보내 주는 등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분 역시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라, 대학 합격을 하고서도 등록금 마련을 할 길이 막막하였는데 그 때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 독지가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한 사람의 도움의 손길의 파급 효과가 너무나도 큰 것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답니다.

제가 명예점장으로 있는 관악자명점도 보육원 퇴소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어요. 아름다운가게는 전문성이 있으니 가게의 나눔 방식을 잘 배워서 나중에 나눔사업을 좀 더 확대하고 싶어요. 사실 부모가 없는 아이는 힘든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더 나쁜 길로 빠질 위험도 커질 수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넘어질 수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도움의 손을 내민다면 그것이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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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왈도 에머슨(미국의 시인, 사상가)의 ‘What is Success’ 라는 시의 한 구절을 보면,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부, 명예, 권력을 갖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지금은 그런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내 마음이 뛰는 일에 즐기며 최선을 다해서 한다면 그것이 어떤 분야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태어나면 기본적으로 전 지구인 중 경제적으로 상위 10%에 속한다고 하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는 당연히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해결된 후에는 세상이 이야기하는 ‘성공’ 말고 정말 당신의 마음이 뛰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그로 인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진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성공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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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마음의 소리를 따라 자기가 즐기며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분야든 성공할 수 있어요. 소설 ‘폭풍의 언덕’을 보면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했지만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에드거 린튼과 결혼했어요. 결혼을 앞두고 울고 있는 캐서린을 보며 하녀가 왜 그렇게 완벽한 남자와 결혼하며 슬퍼하는지 물었어요. 캐서린은 가슴과 머리를 두드리며 가슴과 마음이 모두 아파서라도 했습니다. 결국 가슴의 소리는 린튼과 결혼하지 말라고 하지만 머리의 소리를 따른 것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다 죽게 되죠. 누가 가수 싸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최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은 곽성희 교수님의 요청이라고 하면 일단 긴장을 한다. 그만큼 열정이 있고 또한 기부금사용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간사들보다 더욱 나눔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곽교수님을 아름다운가게 기부자로 모셨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인터뷰 하느라 다소 지치셨을 텐데도 시종 밝고 유쾌하게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곽성희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 및 정리 l 홍보팀 인턴 이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