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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점 김대철 활동천사님] 너무 쉬운 답, 자원봉사




 
유난히 추웠던 봄과 폭염에 시달린 여름, 때 아닌 장마를 지나 드디어 가을이 왔다. 완연한 가을 날씨가 ‘밖으로 놀러 나오라’며 손짓하는 듯 했다. 마침 여의도에선 불꽃축제가 예정 되어 있었고, 서울은 나들이 나온 인파로 붐볐다. 이런 날, 출근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1년 중 가장 일하기 싫은 날이지 않을까?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맑으나 흐리나 7년 동안 변함없이 매주 토요일, 아름다운가게를 지키는 분이 계시다. 바로 활동천사 초대 이사가 되신, 아름다운가게 양재점 김대철 활동천사님.
1년도, 2년도 아닌 무려 7년 동안 활동하신 분이라니. 이제 그분 앞에서 우리의 활동은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오랫동안 가게를 지키신 분을 뵈러 가는 길은 설렘을 넘어서 약간의 긴장까지 함께했다.

양재점은 양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골목을 들어서면 보이는 반가운 글씨. 잘 정돈 된 가게와 친절한 활동천사분들의 인사가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조금 풀어주셨다. 그리고 처음 뵌 김대철 활동천사님. 뵙자마자 어찌나 반갑게 인사해주시는지, 대답하는 내 목소리 톤도 덩달아 높아져버렸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





김대철 활동천사님은 2004년부터 양재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햇수로는 벌써 7년이 된 셈.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한 곳에서 봉사 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던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돌아 온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우연히 신문에 난 아름다운가게 기사를 봤어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문구에 끌렸어요.”

IMF도 무사히 지나갈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의 사장님이었던 김대철 활동천사님은 회사의 부도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다행히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고, “현금으로 10억만 모으면 나머지는 다 기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0억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봉사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세끼 밥 먹는 건 똑같고. 오히려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럼 몸으로 때우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 신문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아름다운가게의 광고문구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누구나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잖아요. ‘언젠가는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실천이에요. 거창한 것, 대단한 것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 돼요. 저는 오랫동안 판매와 영업을 했으니까, 가게에서 하는 일을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김대철 활동천사님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는 좋은 것’ ‘나도 언젠가 봉사 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뭘까? 김대철 활동천사님에게 물어보았다. “‘무엇부터 해야 하지?’하는 막연한 마음이 있잖아요. ‘내가 해도 받아줄까?’ 하는 생각이요.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돼요. 가까운 곳에서. 쉬운 것부터!” 이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꾸준히 봉사하신 분의 거창한 ‘비결’을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쉬운 답이 나와 버린 것.
유명 인사들이 큰돈을 기부하고, 힘들게 몸을 쓰는 봉사체험 등을 매스컴에서 접하면서 나에게도 ‘봉사는 힘든 것’ ‘봉사는 대단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큰돈을 모아서 기부해야 그게 ‘나눔’인 것 같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해야 ‘봉사’일 거라는 생각. 하지만 김대철 활동천사님은 ‘쉬운 것’ ‘내가 잘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해야 오래도록 꾸준히 할 수 있다고 했다.

큰 선물은 머리에 남지만, 작고 사소한 친절은 마음에 남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웃에게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주려고 하면, 때는 자꾸 늦어질 뿐이다. 가까이에서,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적절한 때에 작은 도움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 우리에겐 그런 친절과 ‘나눔’이 필요한 게 아닐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7년 간 봉사를 하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실까? 여쭈어봤다. “딱히 달라진 건 없어요. 하나 있다면,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봉사는 나 혼자 하기 너무 아까워요. 자꾸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져요. ‘이거 정말 좋다!’라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김대철 활동천사님의 ‘봉사 전도’로 봉사를 시작하게 된 분들도 제법 된다. 처음엔 권유에 의해 시작했지만, 나중엔 자녀에게 봉사를 권하는 분도 있었다고. 옆에만 있어도 전해져오는 김대철 활동천사님의 ‘봉사 바이러스’에 전염되신 게 아닐까.
“봉사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딱이 에요. 내가 1을 주면 10을 받아요. 그럼 난 10 받은 만큼 돌려주고요, 그럼 난 또 100을 받아요. 그러니까 계속 하게 돼요. 정말 좋으니까.” 김대철 활동천사님의 봉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나눌수록 커지고,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뵙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속에서 씨앗 하나가 꿈틀거리는 듯 했다. 손톱만한 작은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것처럼. 김대철 활동천사님과의 만남은 숲을 거닌 느낌이었다. 그곳을 스쳐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봉사의 숲’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