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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여행자들 “트래블러스맵”

[착한생산자 이야기 네 번째]

세상을 바꾸는 여행자들, “트래블러스맵”

지난 24일, 2박 3일 일정으로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청산도에 다녀왔습니다. 물도 산도 모두 파랗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청산도에서 트래블러스맵의 여행 인솔자 ‘오택진 팀장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Q. 트래블러스맵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지역에는 최선의 기여를,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자연에는 최소의 영향을 끼치는 공정여행을 만들어 가는 조금은 별난 여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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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블러스맵 사무실 풍경

 

Q. 트래블러스맵의 시작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트래블러스맵의 변형석 대표님께서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의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있던 시절, 여행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말썽만 피우던 학생들이 여행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청소년을 위한 여행학교 ‘로드스꼴라(길 위의 여행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자들이 공정여행에 공감하길 바라며, 현재의 트래블러스맵으로 확장되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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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블러스맵 사무실 풍경

 

Q. 오택진 팀장님은 트래블러스맵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트래블러스맵에서 국내여행과 국외여행을 담당하고 있지만, 주는 국내여행의 기획과 인솔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래블러스맵은 인솔자가 여행지를 직접 소개하기보다는, 각 마을에 거주하시는 주민들 중 마을해설사를 양성하여 마을의 문화, 역사 등을 여행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여행자와 지역주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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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블러스맵 오택진 팀장

 

Q. 공정여행이란 무엇인가요?

대규모 여행이 아닌, 가족단위의 소규모 여행으로 여행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여행지에서 쓰는 돈이 지역으로 돌아가며, 여행의 결과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입니다. 트래블러스맵이 지향하는 여행도 여행자들이 많이 왔다가는 유명한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배우기 위해 가는 여행입니다.
한 예로 필리핀의 코르디레라스에 가면 계단식 논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유명해진 것을 계기로, 필리핀 정부에서 관광지로 개발하여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명세 탓에 5년 만에 자연 문화 훼손 등의 이유로 유네스코에서 보류를 시켰다고 합니다. 필리핀 정부는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관광객을 제한하여 관리에 힘썼고, 10년 후에 보류가 풀렸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개발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 요소에는 경제, 문화, 자연을 들 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에 환원하며, 문화를 유지 보존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여행이 공정여행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Q. 저희가 와 있는 이곳, 청산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 촬영지, 드라마 '봄의왈츠'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하여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또한 청산의 푸른 바다와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범바위, 썰물 때만 볼 수 있는 신흥리 풀등해변의 은빛 갯벌, 골목마다 아름다운 돌담을 볼 수 있는 상서리까지… 그리고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는 다랑이논과 보리밭 등의 풍경도 좋습니다. 다양한 슬로길 코스를 여유롭게 걸으며, 청산도 곳곳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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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도 슬로길 봄의왈츠 세트장

 

Q. 일반여행사 상품과 공정여행 상품의 차이점은?

공정여행 상품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시설(민박, 게스트하우스)과 식당을 이용합니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트레킹 등 저탄소 이동수단을 이용하며, 유명한 관광지만 빠르게 둘러보는 일반적인 여행패키지와는 다르게 여유롭게 여행지를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쇼핑이나 옵션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현지의 마트나 재래시장에는 가지만 커미션을 받는 대형 쇼핑몰에는 절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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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도 범바위

 

Q. 여행 상품의 기획 및 개발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트래블러스맵에서 초기 개발한 여행상품으로는 국외 지역은 캄보디아, 국내 지역은 지리산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행 상품 개발은 지역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키워야 하므로, 현지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 상품을 기획하는데 최대 2~3개월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캄보디아는 ‘트래블러스맵 만의 차별화된 여행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남자 직원 2명이 무작정 캄보디아로 가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답사→조사→답사→수정 등의 과정을 통해 ‘반띠아이치마’ 1박2일 프로그램을 세팅했습니다. 트래블러스맵에서 인기가 많았던 여행상품으로, 대단히 특별한 체험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여행자들이 현지 식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20명의 현지인들이 몰려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줬다고 합니다.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생각했지만, 현지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환영을 위해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여행자들은 감동했습니다. 현지인과 같은 음식을 먹고, 현지의 꼬마 아이들이 자기만 알고 있는 장소를 데려다준다던지.. 이런 사소하지만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행이 여행자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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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의 반띠아이치마 마을

 

Q. 트래블러스맵에서 판매했던 기억에 남는 여행상품이 있나요?

강원도 곰배령 지역의 여행상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곰배령은 겨울엔 눈밖에 없는 지역으로, 곰배령이 주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땍때구르르’ 겨울캠프를 운영했었는데, 성인의 허리만큼 쌓인 눈밭에서 구르며 놀고, 눈꽃을 보면서 산에 올라갔다 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태어나 처음 많은 양의 눈을 보았기 때문에 눈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눈을 처음 마주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곰배령은 여름이 가장 좋다고도 합니다. 영화 ‘아바타’의 숲 속 장면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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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곰배령의 풍경

Q. 1년에 몇 명의 여행자들이 트래블러스맵의 여행상품을 이용하나요?

총 3,000~4,000명 정도 이용합니다. 주 고객은 3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 여성이 많습니다. 30대 중반부터는 20대 때의 단체여행보다는 혼자 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의외로 50대 초중반 주부님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의아하여 물어보니, 자식들을 다 키워 놓고 여유로운 시기라 많이 오신다고 합니다.
남성의 경우는 50대여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여행사보다는 스스로 여행지를 찾고 계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들은 길을 몰라도 절대 남에게 묻지 않죠?^^


Q. 공정여행을 처음 접해본 여행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입니다.
사전에 공정여행을 이해하고 오신 분 들은 만족도가 높습니다. 반면 일반 여행 상품으로 알고 오신 분 들은 만족도가 높지 않습니다.
공정여행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드리면 ‘여행이야? 자원봉사야?’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새롭다’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공정여행이라고 해서 일반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안의 공정여행 요소요소가 섞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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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리 풀등해변을 설명하는 오팀장님

Q. 마지막으로 오팀장님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꿈은?

제 꿈은 여행자가 여행지에 가서 더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을 만드는 것, ‘꿈을 꿀 수 있는 여행을 만드는 것’ 이 꿈입니다. 내가 죽을 때 쯤 버뮤다 삼각지대에 가서 죽고 싶다. 살아서 돌아오면 영웅이 되는 거고, 죽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조금은 영화같은 이야기이지만, 이런 식의 꿈을 꿀 수 있는 여행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