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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토리가 아닌 제품을 봐주세요!” 누야하우스

착한 생산자 이야기 일곱 번째

"우리 스토리가 아닌 제품을 봐주세요!" 누야하우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가게 공익상품팀에서 ‘구매가 곧 나눔이 되는 공익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배미영 간사입니다. 공익상품 생산자분들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는 저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중에 ‘누가’ 만드는지 너무 자세히 얘기하지 말라십니다. "제가 생산자의 스토리를 쓰고있는데 쓰지말라니요! ". '누가 만드나'보다 '제품'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는 ‘누야하우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시는데요. 글만으로는 제품의 매력을 다 보여드릴 수 없지만 한번 누야하우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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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견학 중인 아름다운가게 신입 간사님들

누야하우스의 탄생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4월의 어느 날, 아름다운가게 신입 간사분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누야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봄꽃 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향기로운 비누 향이 먼저 인사합니다. 누야하우스가 막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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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인터뷰하러 가는 날이 마침 근로자분들의 생일 잔칫날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생일잔치의 신나고 흥겨운 음성은 방문객들을 흐뭇하게 만듭니다.

누야하우스는 은평구 장애인복지관의 부설 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여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처럼 단순 작업을 주로 하다가 2010년 협력업체 닥터메이드의 도움을 통해 천연비누 생산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그렇게 누야하우스의 스토리는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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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박주동 직업훈련 교사

Q.여기서 잠깐, 스멀스멀 올라오는 궁금증! 왜 누야하우스인가요? 누야는 무슨 뜻인가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비누야하우스’로 작명하려다가 ‘비누야’라는 이름을 먼저 쓰고 있는 곳이 있어서 ‘누야하우스’로 정했습니다.  (계속 ‘누야’의 의미를 고민했던 사람에게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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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야하우스의 상품들

Q. 기관 소개, 부탁드릴게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인 누야하우스는 60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 관리 선생님 12분(장애인 직업 관련 교육 인원 6명, 사회복지사 6명), 이렇게 70여 분이 근무하고 있는 비누 사업장입니다. 천연비누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지금은 천연생활용품 및 천연화장품 등 천연 제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이래로 꾸준히 성장하여 2016년에는 연 매출 8억에 달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Q. 입점해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많고 여러 채널에 소개가 되고 있는데요. 홍보방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고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OEM 방식으로 제조, 판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채널에 노력하지 않아도 홍보가 되더군요. 그리고 저희는 장애인이 만들어서 구매해줘야 한다는 것보다는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제품 얘기, 품질 얘기를 먼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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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야하우스의 천연화장품 제품

Q. 그래도 작업하시는 분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어떤 장애유형을 가지신 분들이 활동하시나요?

저희 기관은 100%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근무하세요. (지적장애인 80%, 자폐 20%) 시설에 들어오면 최소 3주간 실습을 통해 적응할 수 있는지 가늠하게 됩니다. 같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지겨울 수도 있으니 직무를 변경 배치해 계속해서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장애인 근무자분들은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고, 근속연수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각 파트별로 15분 정도씩 근무하는데요. 화장품 파트에서는 충진, 스티커 작업을 위주로 하고, 포장 작업, 비누 계량, 후광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근속 연수가 오래되신 분은 오픈할 때부터 계신 분도 있답니다. 원장님과 비슷한 연배신대요. 저희는 근무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근무 연속이 높아서 작업능률이 좋은 편입니다. 단점이라면 인원 순환이 안되어 근무를 원하는 대기자가 생겨서 아쉬움이 있지요.

Q. 천연비누 막연히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소비자분들께 일반 비누와 천연비누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릴게요.

천연비누는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아 자극이 적으며 비누화 과정에서 생기는 천연 글리세린으로 보습력이 뛰어나 세안 후에도 당기지 않습니다. 또한 천연재료의 이용으로 피부 건강 및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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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은 어떤 상품인가요?

단연 코코넛 세안비누입니다. 아름다운가게에 나가는 것 포함해서 한 달에 4,000여 개 이상 판매됩니다.

Q. 보통 천연비누들은 사용하다 보면 금방 물컹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누야하우스 코코넛 비누는 물러짐이 덜하더라고요.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경화제 역할을 하는 밀랍이 들어가는 것이 비법이면 비법입니다.

Q. 아름다운가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아름다운가게에서 2013년 설날 특판으로 코코넛 세안 비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3만 개를 대량생산했었고요. 처음으로 대량생산을 진행해보면서 문제점도 많이 발견하게 되고,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입점을 위한 품질보증 관련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긴 했지만, 지금도 아름다운가게 공익상품 쇼핑몰 ‘뷰티풀마켓’과 매장을 통해 판매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근무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일과 가장 힘드셨던 점은 어떤 건가요?

일 년에 두 번 정도 여름, 연말에 2박 3일 캠프를 갑니다.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정말 힐링이 되고 좋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열심히 잘 하고 있던 친구가 외부적인 요인(가족문제, 건강 등의 문제)으로 그만두게 되었을 때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단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2배를 목표로 합니다.  고용인원도 2배, 매출도 2배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천연비누 제작 과정 모습

천연비누 만드는 과정

긴 인터뷰를 마치고, 아름다운가게 신입간사님들과 누야하우스 천연비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

수제비누의 탄생 과정은 호기롭게 도전한 간사들을 진땀 나게 했지만, 그런 정성과 좋은 재료들이 빚어낸 결과물은 마치 어렸을 때 작고 사랑스러운 노란 병아리를  처음 손위에 올려놓고 볼 때처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누야하우스 생산자분들도  매일 이런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천연 제품들을 만들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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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된 천연비누

편견 없이 승부할 환경을 꿈꿉니다.

최근에 우리는 또 37번째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운가게 매장에 가보시면 장애인분들이 생산한, 제품으로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공익상품들이 소개, 판매되고 있습니다. 구매 자체가 응원이 되고, 구매 자체가 생산자분들의 지속 가능을 도울 수 있지요. 아직은 장애인분들이 직업재활 훈련장에서 이렇게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지고, 현재 근무하는 장애인 생산자분들이 계속해서 근무하고, 발전해갈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주세요.

매장에 오셔서, 우리 생산자분들의 상품을 경험해보세요.
그리고 조금 더디더라도 편견 없는 세상에서 자신 있게 그들의 스토리로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희망해 봅니다.

배미영 간사공익상품팀

'구매가 곧 나눔'이 되는 공익상품을 소개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