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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붕괴현장 리포트] Scene 1 “팔은 잃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았어요”



이번 방글라데시 붕괴사고는 人災로 1128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 천명의 사람들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아름다운가게가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사고가 터지고 정확히 한달이 자나 찾아간 방글라데시 공장 붕괴현장은 여전히 고통과 탄식으로 얼룩져있었습니다.
현장은 여전히 시체를 못찾아 애태우는 가족들의 절규가 남아있고, 살아남은 환자들에게는 치료도 힘들지만,
그들의 간호를 위해 가족들이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상처를 어루만지기 시작해야할까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넘쳐나지만 책임 지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4월 24일 아름다운가게는 1차 긴급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번 방글라데시 건물붕괴 사고 피해자 100 가구를 지원했습니다. 백명의 수혜자들의 100가지 사연 중에 일부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지나 베굼(25세), 사고 피해자

이름: 로지나 베굼(25세)
가족: 남편, 딸(6세)
아버지(70세), 2남 3녀 중 장녀.

사고가 일어난 ‘라나 플라자’에는 수십 개의 공장이 입주해 3천 여명이 일하고 있었고, 로지나 베굼이 일하던 ‘뉴스타일’ 공장에만도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공장 매니저가 뭔가 문제가 있지만 점심 시간에 고칠 테니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오라고 했어요. 점심을 먹고 다시 공장에 돌아오니 공장 주인이 고칠 수 없으니 오늘은 일단 집에 가고 내일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 날 오전 8시 출근했더니, 평상시처럼 일하라고 했어요. 너무 무서웠지만 억지로 자리에 앉았죠.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거에요. 평소와 달리 매니저와 말다툼까지 벌였어요. 결국 일 못하겠다고 하고 나오려고 했죠. 하지만 제 여동생도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동생에게 위험하니 집에 가자고 말하고 동생이 짐을 싸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어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조금 있다 발전기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모든게 무너져 내렸고 전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어두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어요. 옆에 있던 동료가 구멍이 보인다며 자기는 나가겠다고 말했죠. 그런데 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팔이 무너진 기둥에 깔려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죠.”

부상당한 팔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지만, 로지나는 꼼짝달싹 못한 채 3일을 갇혀있었습니다. 로지나는 당시를 회상하는 듯 중간중간 몸을 움츠리거나 눈을 크게 뜬채 주먹을 쥐고 멈추곤 했습니다. 로지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이틀째인지 삼일 째인지 그녀는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이틀 째 구조팀이 그녀를 처음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한 쪽 발이 잔해가 깔린 채 밖으로 나온 덕분에 구조팀이 그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조팀은 그녀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통이 너무 컸기에 사람들에게 팔을 잘라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로지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구조팀은 잔해 사이로,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아 너를 구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살려달라고 울며 부탁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중 한 명이 벽돌을 쌓고, 높은 곳에 있는 그녀 곁으로 접근했지만 팔을 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팔을 잘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팔의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죠. 그러다 누군가 전기드릴을 가져왔고, 그녀 팔을 짓누르던 가구와 기둥을 제거했습니다.

로지나는 구조팀이 좀 더 일찍 시도했다면 팔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합니다. 그녀의 말을 맞을지도, 이미 너무 늦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팔을 자르고 하루 더 있다 구조되는 바람에 팔의 조직이 괴사해서 더 많은 부분을 절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났습니다.






 올해 70세로 아직 릭샤를 끄는 로지나의 아버지는 오늘도 실종된 둘째 딸을 찾기 위해 사고현장에 있습니다. 
 
로지나의 막내 여동생은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이번 사고에서 무사했습니다. 셋째 딸은 22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9년간 일한 숙련공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실종된 동생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로지나. 
 
로지나의 작은 여동생(셋째 딸)은 22살로 9년간 일한 경력자 입니다. 동생은 3학년까지 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새없이 일하고 받는 로지나의 월급은 5천 타카(약 7만원 *1달러는 78타카)입니다. 이 돈으로 로지나는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월세를 내고, 음식을 샀습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될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치료상황에 대해 의사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해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일단 6월 중순 그 다음 수술이 잡혀있다고 합니다. 추가수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병원은 다카에서도 큰 대학병원이지만, 들어가는 입구서부터 돗자리에 누워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복도를 끝없이 메우고 있었습니다. 만약 언론의 관심이 뜨겁지 않았더라면 정부가 지금처럼 라나플라자 피해자들이 병실에서 치료받도록 조치해줬을지 모르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겠구요. 남편은 한 달에 5천 루피(추가근무시8~9천루피)를 받고 쌀푸대를 꿰메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내를 돌봐야해서 일을 그만둔 상태입니다. 이들 가족이 사는 단칸방의 월세는 1700타카, 딸의 학비는 2000타카입니다. 연로하고 가난한 부모님에게도 매달 2천 루피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일단 지금은 모든 가족이 로지나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 준 로지나는, 팔이 나으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얘기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가족이 있기에 팔은 포기해도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던 그녀를 보며, 저절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몇 달 후 다시, 로지나의 이야기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 후원개발팀
사진 및 내용편집 :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