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야기

누가 내 기증품을 옮겼을까?

아름다운가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해주시는 분들을 ‘기증천사’라고 불러요. 저는 기증천사님 댁에 방문해서 기증품을 받아오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기증한 물건이 매장에 기증품이 놓이기까지, 가장 먼저 기증품들을 마주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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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명의 기증천사님을 만나게 되나요? 

참여만족센터(콜센터)로부터 접수된 기증콜이 순환지원팀 14명의 수거 간사에게 나눠지는데, 보통 1인당 13-14콜 정도가 돼요. 매일 아침엔 그날 방문할 기증천사님들에게 직접 전화를 드리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요. 기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오늘 몇 시에 방문할지 말씀 드리죠. 평균 오전 9시 전후에 출발해요. 그리고 늦은 오후까지 예정돼있는 천사님 댁에 방문해서 기증품을 받아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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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보직 중 순환지원팀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업무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업무가 사회적경제 영역 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가게 순환지원팀이 안성맞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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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기증천사님 중 본인의 애정이 듬뿍 담긴 물건을 건네면서 “제가 참 좋아하던 거예요. 저보다 더 필요한 분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뿌듯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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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얘기해주세요. 

꼬마아이가 있는 집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부모님 입장에선 아이에게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기증하려고 하는데 10명 중 2-3명의 아이들은 반대를 해요. 장난감 주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거죠. 저를 붙잡기도 해요. 결국 가지고 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경험이 있는 집은 아이가 있는 시간을 피해서 와달라고 미리 말씀하시기도 해요.(웃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증천사님도 많다던데. 

네, 정말 많아요. 여름엔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외출하셔서 집을 비울 땐 쪽지를 남기는 경우도 있어요. 고생 많다고 힘내라고. 좋은 일에 사용해달라고 부탁도 하시고요. 그럴 땐 제 마음까지 따듯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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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힘들었던 순간도 있을 텐데. 

입사 초반에 많이 힘들었어요. 얼굴 보자마자 하대하는 경비 아저씨들이 간혹 계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기증품 수거하러 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기증품이 뭐냐고 반문하시죠. 주차 문제로 나무라는 경우도 많고요. 요즘엔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먼저 밝게 인사하고 했더니 조금은 개선이 된 것 같아요. 

 

요즘 기증품질 변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지. 

10명 중 6-7명은 기증을 통해 사회에 보탬에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내어주시는 것 같아요. 2-3명 정도는 버리는 물건 대신 가져가줘서 좋다고 하시고요. 70%의 기증천사님들은 ‘기증’이 갖는 의미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세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아직은 기증, 재사용에 대한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히진 않은 것 같아요. 점차 나아지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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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입사 이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환경 영역의 NGO로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래서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기자로 일하게 됐어요.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의 연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환경을 위해 일한다는 큰 틀은 변함없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결혼식의 주인공으로 유명한데.

요즘은 다소 흔해진 스몰웨딩을 2013년에 했어요. 일반적인 결혼식 자체가 싫었어요. 제 눈엔 허례허식으로 보이더라고요. 하객들 역시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런 게 싫었어요. 종이청첩장도 찍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만들었어요. 축의금도 받지 않고요. 구청 대관료는 무료였고 실내도 최소한으로 꾸미려고 화분 몇 개만 구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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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열 간사의 2013년 결혼식 사진

 

그 외에,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고. 

10년 넘게 손수건을 사용하고 있어요. 웬만하면 휴지를 사용하지 않아요. 환경을 생각해서 손수건을 쓴다고 해도 사용한 손수건을 빨기 위해선 세탁기를 돌리잖아요. 그 과정에 있어서 에너지 소모가 되기 때문에 100% 환경을 위한 실천이 아닌 거죠. 이러한 생각들이 쌓이면서 제 안에 고민들이 많아졌어요. 손수건, 텀블러 사용 등 몇 가지 상징적인 행위만으로 그 사람의 실제적인 모습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봐요. 삶 전반에서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거든요.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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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에게 아름다운가게란?

나에게 아름다운가게는 '핸드드립커피'다!
손이 많이 가지만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이 있는 핸드드립커피처럼 아름다운가게 역시 재사용과 나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그리고 세상에 좋은 향을 풍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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