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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씨앗편지] 윤리적소비 만세!

'김경선 활동천사님의 이야기' 아름다운가게 고양 나눔교육 강사단 대표

윤리적소비 교육을 할 자격이 될까?

“네? 고등학교 윤리적소비 교육이요?”

한 고등학교 경제동아리의 윤리적소비 교육 제안에 처음 든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윤리적소비'를 주제로 아직 한 번도 교육을 진행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게다가 고등학교 경제 특성화 동아리라니! 몇 차례 나눔교육 강사양성 교육을 듣고 고양과 파주 초·중학교에서 나눔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경험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니 저절로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무언가 소비할 때 ‘환경에 해를 끼치는 행위는 아닌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소비인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나름 애를 쓰고는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쪽 눈 질끈 감고 외면한 적도 제법 있었다. 여전히 쇼핑을 즐기며, 멋 내기 좋아하는 내가 윤리적소비 교육을 할 자격이 될까? 이런 비양심적인 상태로 학생들에게 윤리적소비의 필요성을 소신껏 전달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우왕좌왕 딜레마에 빠졌다.

이럴 때는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간의 가치는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정신에 부합되어야 한다. 진정한 시대 가치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

맞다, 윤리적 소비는 이 시대의 가치다. 갑자기 사명감이 불쑥 솟았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나는 이 시대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소중한 메신저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생활태도를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무언가 소비하기 전 최소 3번 이상 생각하기로 했다. 외출할 때는 텀블러, 손수건, 장바구니를 꼭 챙겼다. 또한 윤리적소비 관련 도서와 다양한 자료를 살피며 혹시나 있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갔다.

 

작은 실천이 만든 큰 변화

드디어 교육 진행 당일 아침. 학교로 출발하기 전, 텅 빈 집 안에서 나 홀로 교육 시연해본다. ‘음~ 이 정도면!’ 자신감을 충전하며 나 자신을 격려했다. 하지만 도착한 학교 교무실 한쪽에서 교육 시작을 기다리니 자신감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다시금 초조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그때 함께 교육을 진행할 동료 나눔교육 강사님께서 나의 손을 지긋이 잡으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신다. 나의 기분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든든한 마음에 긴장감이 사르르 사라졌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동아리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이내 교실은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제 막 학기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왠지 마음이 짠하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시간에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내 교육이 재미가 없나?' 오래 준비한 만큼 실망스럽고 고민도 된다. 당황하고 있는 찰나, 학급 담임선생님이 나의 우려를 알았던지 한 아름 아이스크림을 사서 오신다. 뜻밖의 보상에 아이들의 수업집중력이 '업!' 되었다. 이렇게 순간순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찾아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교육을 진행했다.  과소비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 이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을 예시로 보여주었고,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설명과 영상시청을 번갈아 진행했다. 지구에 어떠한 유해를 주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노 임팩트 맨 되기’ 조별 활동에는 놀랍게도 졸고 있던 아이들도 벌떡 일어나 친구들과 즐겁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수업이 끝나고 학급을 돌아보니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발생한 쓰레기를 제법 잘 정리한 느낌이다.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지도, 쓰레기통 주변에 나뒹굴러 있지도 않다.

그 모습에 문득 '윤리적소비란 이런 작은 실천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행위이구나' 깨달음이 든다.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 얼마나 또 큰 변화를 만들어 낼까? 나의 작은 역할로 머지않아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청소년들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나와 학생들은 윤리적소비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연결될 수 있음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눔교육 강사단 만세! 윤리적소비 만세다!